길잃는 치매환자 급증… 감지기 보급률은 1.5%

지난해 실종 9869건 달해
사고 방지위해 보급 늘려야

‘길 잃은 치매 노인’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실종된 치매 노인을 찾을 수 있는 GPS 위치추적장치인 ‘배회감지기’ 보급률은 1.5%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배회 증상’(아무 목적도 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님)이 있는 치매 노인들이 많은 만큼 배회감지기 사용을 활성화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북 안동시에 사는 3급 치매 노인 이모(여·83) 씨는 얼마 전 보호자인 딸이 낮에 잠깐 잠든 사이 집을 나갔다. 이 씨 가족은 친척과 지인까지 동원해 반나절 정도 헤맨 끝에 한 아파트의 놀이터에서 이 씨를 찾을 수 있었다. 딸 김모(54) 씨는 “날도 추운데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했다”며 “가족이 모두 잠든 오전 2시에 어머니가 집을 나간 적도 있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지난 1월 22일 오후 5시쯤 강원 강릉시 사천면 빈 농가 주택 창고에서는 치매를 앓던 A(여·76) 씨가 숨진 채 제설작업차 운전자에게 발견되는 일도 있었다. A 씨는 지난 12일 낮 12시 45분쯤 교회에 다녀오겠다며 외출한 뒤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5년 동안 실종된 치매 노인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이들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배회감지기의 보급률은 턱없이 낮다. 경찰청에 따르면 치매 환자 실종신고 접수는 2012년 7650건, 2013년 7983건, 2014년 8207건, 2015년 9046건, 2016년 9869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 집계 결과 지난해 12월 기준 배회감지기 사용자는 장기요양보험 대상자인 치매 환자 24만5951명 중 3671명(1.49%)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 7월 도입된 배회감지기에는 위치추적기가 탑재돼 있고, 보호자가 설정해 놓은 ‘안심 지역’ 3곳을 이탈하면 가족에게 알림 메시지를 전송하는 등의 기능도 갖춰져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치매가족협회 관계자는 “치매 증상이 심각하지 않은 환자도 순간 인지 능력이 떨어져 퇴직한 사실을 잊고 회사에 출근해야 한다고 착각하기도 한다”며 “배회의 원인을 이해하고 배회감지기와 지문 등록 등 다양한 실종 예방 대책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홍보를 통해 예전보다는 신청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해명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