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인용·기각 아닌 ‘각하’결정? … 가능성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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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憲裁 심판 4大 쟁점

② 사유 하나만 인정돼도 탄핵?
‘가능’의견 우세 속 의견 분분

③ 명백하고 중대한 과실인가
朴측“정책실패로 파면 안돼”

④ 재판관 ‘만장일치’ 나올까
역사적 결정 소신론 나올 듯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이르면 10일쯤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통령 대리인단 측의 막판 ‘반격’도 거세지고 있다. 재판관들은 매일 열리고 있는 평의(評議·재판관회의)를 통해 사실관계는 상당 부분 정리하고 본격적인 법리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6일 알려졌다. 결국 박 대통령 탄핵 여부는 막판 남은 쟁점에 대한 판단에 따라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각하 가능성 = 헌재가 인용이나 기각이 아닌 아예 각하를 택할 것이라는 주장이 최근 부쩍 늘었다. 주로 청와대나 탄핵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이 절차적 문제를 거론하며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 대리인단 측 김평우 변호사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가 내놓은 건 탄핵소추안이 아니라 정치적 불신임안”이라며 “소추안 요건도 갖추지 못한 건 헌재가 접수도 못 하겠으니 도로 가져가라고 각하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변호사처럼 국회의 탄핵소추안 처리 과정이 위법했기 때문에 아예 내용에 대한 검토도 불필요하다는 주장은 최근 대리인단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주로 국회 표결 과정에서 박 대통령에게 해명 기회가 부여되지 않은 점, 탄핵 사유 각각에 대한 표결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한다. 아예 인용이든 기각이든 극심한 국론 분열과 후유증은 피할 수 없는 만큼 헌재가 각하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국회 측은 각하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선례 등을 감안했을 때도 각하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국회 측 주장이다. 당시에도 국회가 탄핵소추안에 대해 일괄표결했지만 헌재가 절차적 문제가 없다고 인정한 바 있다. 법무부 역시 탄핵 절차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통령 측이 탄핵 인용을 막는 데 아예 탄핵 사유가 아니라는 기각을 주장하는 것보다는 절차적 문제 때문에 각하하는 게 가능성이 좀 더 높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탄핵 사유는 모두 인정돼야 하나 = 국회 측이 제출한 탄핵 사유는 10개가 넘는다. 헌재가 그나마 큰 틀에서 비슷한 사유끼리 묶어 정리한 것만 다섯 개다. 이 중 어느 정도 사실 규명이 끝난 사유도 있지만 논란의 여지가 남은 것도 있다. ‘세월호 7시간’이 탄핵 사유에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는 탄핵 찬성층 내에서도 의견이 갈릴 정도다. 이와 관련, 탄핵 사유 중 하나라도 인정되면 탄핵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대체로 헌법이나 법률을 명백히 위반한 사례 ‘하나’만 있어도 공직 파면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 부분에서는 대통령 대리인단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백하고 중대한 과실인지= 탄핵소추안 심리를 지켜보는 법조계에서는 결국 박 대통령의 헌법·법률 위반이 탄핵에 이를 정도로 중대하고 명백한지에 대한 재판관들의 판단이 관건이라는 분석이 많다. 17차 변론기일까지 진행하며 엄청난 분량의 검찰 수사 기록 등을 검토하고 25명 증인에 대한 직접 신문도 이뤄진 만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실체는 대략적으로나마 규명이 됐다는 게 대체적 판단이다. 결국 그간 드러난 박 대통령의 ‘잘못’이 국민이 볼 때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판단되는 것과 별개로 ‘법’의 눈으로 볼 때도 탄핵에 이를 정도인지에 대한 판단이 남은 상황이다. 자유한국당 등 일부 정치권에서 박 대통령에 대해 “무능하긴 하지만 부도덕하지는 않다”는 취지의 옹호성 발언이 나오는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헌재 입장에서는 관련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고 아직 수사도 마무리되지 않아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점은 부담스럽다.

◇만장일치 결정 나올까= 노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와 달리 결정문에 재판관의 ‘실명’을 적시하도록 헌법재판소법 개정이 이뤄진 부분도 막판 변수다. 헌재의 결정에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든 부담이 될 수밖에 없고, 소수의견은 그 부담이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아예 국론 분열 우려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재판관들이 만장일치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대로 역사에 남을 결정이기 때문에 소수의견의 논리도 중요한 만큼 소신을 펴는 재판관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