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의 분노’ 걸러지지 않으면 ‘간헐적 폭발 장애’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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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갈등으로 인한 분노·우울 ‘주의보’

밤잠 계속 설치면 火病 초기
아무런 외부 자극 없는 데도
두통 등 반복땐 질병 가능성

충동 표출 ‘간헐적 폭발 장애’
사회적 스트레스로 인해 급증
질환으로 인식해 치료 받아야

무기력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
상황 객관화하는 능력 키워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태극기와 촛불이 광장을 양분하면서 고조됐던 보수와 진보 갈등을 하루 속히 치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여전히 흥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보수단체는 탄핵 반대를 외치면서 강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고 진보단체에서도 보수단체의 강경한 어조에 맞대응하면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등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장기간 분노를 표출하고, 흥분된 상태를 유지하게 되면 가슴속 ‘울화’ 등으로 이어지면서 화병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이 자칫 장기화하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우울증이나 고혈압 등으로 이어지는 등 정신건강은 물론 신체건강까지 나빠진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분노와 흥분을 가라앉히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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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떨어져 이성적으로 보기=뉴스를 보고 화를 내거나, 밤잠을 설치게 되면 화병의 초기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화병은 화가 나는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지내다가 쌓인 화를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하는데, 초기에 잘 다스리지 못하면 우울·불안 등의 정신적 문제로 진행될 수 있다. 특히 장기화하면 고혈압, 뇌졸중, 소화장애 등의 신체적 문제가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김종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는 “뉴스를 보며 생기는 울화를 나만의 문제로 돌리기보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통해 표출하면서 이성적 해답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화병은 보통 본인을 둘러싼 환경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못하고 누적되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울분의 감정을 잠시 내려놓고 사건의 본질에 대해 차분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제를 이성적으로 바라볼 여유가 생기면 울분의 감정 또한 안정될 수 있다. 문제를 공감하는 사람과 대화를 통해 울화를 털어놓는다. 또,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행동과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정리해 본다. 혼자 속을 부글부글 끓이면서 무기력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평소의 컨디션과 감정을 잘 유지한다. 분하고 화가 나 어떤 행동도 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뉴스를 피하고 산책 같은 운동을 30분 이상 하면서 자신의 리듬을 되찾으려 노력한다. 아무런 자극이 없는데도 신체적 증상(답답함, 소화장애, 불면, 두통, 불안)이 반복되면 병으로 발전하는 단계이므로 전문가의 상담과 치료가 필요하다.

◇과격한 행동표출은 질환으로 인식해야=최근 사회적 스트레스로 인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는 바로 ‘간헐성 폭발 장애’다. 과도한 스트레스나 혹은 화가 과도하게 쌓인 경우 공격적 충동이 억제되지 않아 폭력이나 파괴적인 행동으로 표출하게 된다. 간헐성 폭발 장애가 심해질 경우 사소한 일에 화를 내거나 폭력적인 행동 혹은 자해를 시도하는 등 인간관계에서 문제를 일으키기 쉬운 것은 물론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들의 경우 자신의 감정 상태를 잘 파악하지 못해 자신이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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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경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은 “최근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남에 따라 자신의 의지를 전달하기 위한 다양한 행동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과격한 형태로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도 있다”며 “정치, 사회 현상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건설적으로 표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황에 매몰되기보다는 타인과의 소통 및 운동 등을 통해 지나친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현재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더불어 현재 문제에 너무 몰두해서 더 큰 감정에 휩쓸리기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 스스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통해 무력감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 과장은 “사회적 절망이 자신을 휩쓸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혹시 분노나 우울 등 감정을 이기지 못할 정도라면 이를 감기와 같은 ‘질환’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며 “사회적으로도 이런 스트레스 장애가 계속되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