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評>동참國 없는 ‘中의 보복’ 겁낼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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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욱 경희대 교수·경제학, 한국제도경제학회장

중국이 사드(THAAD) 배치와 관련해 우리나라에 보복성 경제 조치를 하고 있다. 롯데가 사드 배치 부지를 제공하자 소방법과 시설법 위반의 이유를 대며 중국에 있는 39개의 롯데마트 영업점에 대해 영업정지 조치하고, 한국 관광 상품에서 롯데 면세점·호텔 방문을 제외하는 등 보복 조치를 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한령(限韓令), 한국 관광 통제,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차별, 수출 통관 지연 등으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제재는 정치적 분쟁에서 효과적인 무기가 되지 못한다. 그것은 표적 국가에 해를 끼치는 만큼 자국에도 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는 비용이 수반된다. 이것이 세상 이치다.

롯데가 백화점·슈퍼마켓·쇼핑몰 등에서 고용하고 있는 현지인만 9만 명 정도다. 그리고 현재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4만여 개이며, 이들 기업이 고용하는 현지인이 상당한 규모에 이른다. 롯데와 한국 기업들에 제재를 가하면, 물론 한국 기업들이 피해를 보겠지만, 중국 역시 고용 창출이 줄어들어 피해를 많이 보게 될 것이다.

관광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을 가장 많이 찾는 외국인이 한국인이고, 한국을 가장 많이 찾는 외국인이 중국인이다. 따라서 중국이 한국 관광을 전면 금지하면 한국 내 관광 산업이 상당히 피해를 보겠지만, 한국의 반중(反中) 감정이 고조돼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인 역시 줄어들어 중국 또한 적지 않은 피해를 볼 것이다.

그리고 중국이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한국이다. 지난해 중국의 총수입액 가운데 10.4%인 1587억 달러를 한국에서 수입했다. 한국에서 수입하는 것 중 대부분이 중국의 수출 제품에 필요한 부품·소재 등이다. 경제 제재로 한국으로부터 이런 중간재 수입이 막히면 중국 수출은 큰 타격을 받게 돼 중국 경제는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중국의 경제적 제재로 한국보다는 오히려 중국이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은 대체 경로를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제재가 효과가 있으려면 다른 나라들이 그에 동참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 한국은 관광객 유치, 투자와 수출 등을 중국에서 일본과 동남아·중동·남미 등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되면 충분히 그 피해를 만회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 사태가 오히려 중국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중국이 이번 경제적 조치로 더 큰 피해를 보게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중국의 신인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데 있다. 다른 나라들이 중국을 투자 위험 국가로 인식해 중국에 투자를 잘 하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아무리 한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우호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투자를 유치하려고 해도 정치적인 이유로 언제 어떻게 제재를 받을지 모를 국가에 투자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지금까지 정치적인 이유로 경제적 제재를 가해 성공한 예가 거의 없다. 1970년대 소련을 압박하기 위해 당시 미국의 지미 카터 대통령이 소련에 대한 곡물 수출 제한 조치를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최근 센카쿠 열도 분쟁 때도 중국이 일본 관광을 통제하고 희토류 대일본 수출을 금지했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정부를 비롯한 정치권과 기업들, 그리고 국민은 중국의 정치적 게임에 말려들어선 안 된다. 사드 배치는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수단이다. 여기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정파적 이해에 따라 국론이 분열되면 우리는 중국의 경제적 제재 조치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가 없게 된다.

정치인과 국민은 사드와 관련, 갈등을 조장하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기업인들은 당장의 어려움에 굴복하지 말고 인내하며 중국이 아닌 다른 대체경로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한편, 정부는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경제가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과 중국의 경제적 제재로 인해 피해를 보는 기업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거기에는 최순실 사태로 인해 출국 금지해 놓은 기업 총수들의 출국 금지 해지도 포함된다. 경제의 첨병은 기업이다. 그리고 기업을 이끌어 가는 사람이 기업인들이다. 이들이 자유롭게 활동하지 못하면 결국 중국의 경제적 제재 조치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모두가 하나가 돼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