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愛國이다>대부분이 ‘대기업 규제’… “글로벌 무대서 역차별 우려”

- 대기업·中企 이분법적 인식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땐 고소·고발 남용 가능성
‘中企 취업시 임금지원’은 근원 처방 아닌 땜질요법

대선주자들의 대기업·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은 대체로 비슷했다. 대기업에 대해선 규제를, 중소·중견기업에는 지원을 약속했다. 그렇지만 자문교수단 등 전문가들은 대기업의 규제가 시장경제 달성이란 목표를 이룰 수 없고, 중소기업도 법적 지원보단 규제 해소가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부분의 대선주자들은 대기업 규제를 주장함에 따라 향후 누가 집권하더라도 기업 규제 정책이 어느 때보다 고강도로 강화될 전망이다. 대기업의 ‘횡포’가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시장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2월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비만 상태’로 진단하고 “중소기업 침체로 ‘경제 혈액순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대기업 규제 강화를 주장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상위 재벌의 이익과 축적 유보금이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낙수효과는 없다”며 재벌 개혁 필요성을 제기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재벌 개혁이 진정한 시장경제로 가는 길”이라며 “10대 대기업을 중심으로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고 이를 통해 전체 대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재벌의 지배구조 통제 강화를 강조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2월에 총수 일가의 개인회사 설립 금지 등을 뼈대로 하는 재벌개혁안을 발표한 바 있다.

후보들이 재벌 개혁 공약으로 제시한 핵심은 대기업의 순환출자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근절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로 요약된다. 이에 대해 자문교수단은 “전속고발권을 없애면 검찰이 수사해 형사처벌로 넘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중소·중견기업 간 경쟁사를 비토하기 위한 고소·고발이 남용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가 내놓은 대기업 지주회사의 자회사 소유 지분율 강화는 효과보다 비용이 크다는 지적이, 안 전 대표의 기업분할명령제도 역시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유 의원과 문 전 대표 측이 제기한 기존 순환출자 해소 명령제 역시 ‘기계적인 규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경제민주화의 취지는 좋지만 포퓰리즘에 편승한 과도한 제재가 이어지면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무대에서 역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중소기업 정책도 ‘향후 중소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을 실현하겠다’거나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등 우호적인 공약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를 위한 세부 정책들은 대부분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를 법적인 제도를 통해 줄여가겠다는 것이어서 영속성에 의문이 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 전 대표가 중소기업 취업 시 월 50만 원을 지원하겠다는 공약,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초과이익공유제와 동일노동·동일임금제 실현 등은 대부분 정부 주도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개선하는 게 골자다. 그렇지만 중소기업의 성장 전략을 밝히기보단 대부분 정부 차원의 보조를 담보해 지속적인 성장에 대한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재원 마련이 제대로 이뤄질지도 회의적이다. 중소기업 투자나 중소기업 근로자와 대기업 근로자 간의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세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이 재원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근원적 처방 대신 현상에 의존한 대증적 요법으로 접근한다면 득표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결국 예산과 국력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