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식별까지… AI 스피커의 진화

구글 등 ‘보이스 ID’ 기술개발
거실 넘어 개인 비서 기능 강화

음성인식 인공지능(AI) 스피커가 진화하고 있다. 특히 조만간 구글, 아마존 등 선두 업체들은 AI 스피커에 개인 식별 기능을 부여할 예정이다. 이 경우 가족 모두의 목소리에 똑같이 반응하는 ‘거실의 비서’ 역할에서 더 나아가 구성원을 구분하는 ‘개인 비서’ 역할까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AI 스피커를 출시한 SK텔레콤과 KT 역시 해당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와 시장조사업체 애틀러스리서치에 따르면 구글은 AI 스피커 구글홈 업데이트를 통해 해당 기기가 이용자 각각의 목소리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아마존 역시 최근 이용자의 음성을 구분하는 ‘보이스 ID’ 기술을 개발 중이다. 애플 TV 등에 탑재된 AI 시리를 통해 가전을 제어할 수 있는 홈킷을 운영 중인 애플 역시 시리에 음성 구분 기능을 탑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들이 AI 스피커에 개인 식별 기능을 탑재하는 이유는 가정용 AI 스피커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버거킹 TV 광고가 논란을 일으켰다. 광고에서 버거킹 직원은 “광고 시간 15초로는 와퍼 버거가 얼마나 훌륭한지를 설명하기에 부족하다”며 “오케이 구글, 와퍼 버거는 무엇인가” 라고 물었다. 이에 각 가정의 수많은 구글의 AI 스피커 구글홈이 와퍼 버거에 대해 알려줬다. ‘오케이 구글’은 구글홈을 깨우는 ‘웨이크 업 워드(Wake up word)’다.

이에 앞서 역시 미국에서 어린아이가 아마존 에코를 통해 인형의 집을 주문한 일도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해당 뉴스를 전하며 앵커가 장난삼아 ‘알렉사 인형의 집을 주문해줘’라고 외치자 각 가정의 아마존 에코가 인형의 집을 주문한 일이다. 물론 아마존은 실수로 주문된 거래를 모두 환불 조치했지만 개인 식별 AI 스피커가 왜 필요한지 알려주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좀 더 개인화 성향이 강한 모바일 기기에 탑재된 AI의 경우 개인 식별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오는 5월 1일부터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8에서 사용할 수 있는 빅스비의 경우 사용할수록 사용자의 목소리에만 반응하는 딥러닝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구글 역시 모바일에 탑재된 AI 어시스턴트 최초 이용 시 먼저 사용자의 목소리를 등록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