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군사적 판단에 政治 들이대는 反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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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 경희대 교수 국제정치학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가 사실상 완료됐다. 소파(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 규정에 따라 주한미군에 공여된 경북 성주골프장 부지에 사드 포대의 핵심 장비들이 모두 반입됐다. 곧 시험가동을 거쳐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대선 정국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로 떠오른 사드 배치에 대한 논란과 이에 따른 국론 분열을 이제 종식해야 할 때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매달린 북한 정권의 위협에 맞서 대한민국을 방위하기 위해서는 주한미군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주한미군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공격에 취약한 상태로 노출된 채 계속 주둔해주기를 바랄 수는 없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고각도로 발사하는 모습을 몇 차례 보여준 상황에서 고고도 미사일 방어 시스템은 필수적이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논리의 핵심은 두 가지다. 우선, 중국이 반대하며 경제 보복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규정에 명백히 위배되지 않는 방법들을 골라 치졸한 방법으로 보복을 가하고 있다. 중국이 국제 통상 규범을 어기는 것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감시 눈초리 때문이다. 이는 곧 중국의 사드 보복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음을 말해주기도 한다.

또한, 중국 보복의 주요 대상인 소비재 수출의 경우 우리나라 대(對)중국 수출의 5% 미만이고, 중국의 대한국 수출이 100억 달러 이상 많다. 소비재 교역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가 적자다. 투자의 경우에도 중국의 대한국 투자보다 우리의 대중국 투자가 훨씬 많다. 관광도 연 400만 명 이상의 한국인이 중국을 방문한다. 중국의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은 중국에도 상당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그리고 중국의 사드 보복이 한국 내 반중(反中) 감정을 일으키고, 한국 외교의 다각화를 촉진해 중국의 한국에 대한 영향력을 줄이는 결과도 초래한다. 자유무역 질서의 옹호자를 자처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애쓰고 있는 중국의 입장에서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은 중국의 이중성을 국제사회에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중국의 사드 보복은 중국으로서도 오래 지속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도 5·9 대통령 선거 이후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사드 배치를 철회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새 정부가 들어서고 외교 진용이 갖춰지면 양국은 체면을 살리는 선에서 타협 방안을 찾을 것이다.

사드 반대의 두 번째 이유는 군사적 효용성이나 수도권을 방어할 수 없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북한이 고각도로 발사하는 장거리 미사일을 사드가 고(高)고도에서 얼마나 정확하게 파괴할 수 있을지 여부는 중요하다. 하지만 이 문제는 한·미 동맹 차원의 군사적 판단에 따르는 것이 합리적이다. 경북 성주에 배치했기 때문에 수도권을 방어할 수 없다는 주장은 역으로 수도권 방위를 목적으로 하는 사드의 추가 배치 필요성을 제기한다.

대선 정국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 후보들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책임이 어느 쪽에 있느냐를 두고 싸우고 있다. 그러나 안보 이슈의 정치화는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국내 논란은 중국의 사드 보복을 정당화시켜주고 더 오래 강력하게 지속하도록 만든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국내정치적 논란이 종식될 때 중국의 사드 보복도 종식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