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분야별 공약 점검>“北核 근본해결책 부족… 정교함 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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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문교수 진단

對北 제재·대화 병행 등 처방
상황 따른 대응책 그쳐선 안돼

美·中, 자국이익 우선해 ‘게임’
한반도 언제든 후순위 될 수도

19대 대통령선거에 나선 후보들을 인터뷰하면서 한반도 앞에 놓인 높은 운명의 파도를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선거에 참여한 주요 후보들은 세계사적으로 시장자유주의의 균열이라는 불리한 환경 하에서, 북핵 문제를 포함해 첩첩산중으로 쌓인 외교·안보 과제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저마다의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안타깝게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문제의식 차원에 머물러 있을 뿐,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혜안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후보들이 이미 제시한 주요 공약을 중심으로, 아쉬운 부분을 중심으로 차기 정부에 꼭 전달하고 싶은 당부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째, 북핵 해법의 실마리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의 문제이다. 후보들은 물론 우리 국민 다수도 가까운 장래에 북핵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개 향후 5년 안에 해법의 실마리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후보들의 대책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고 전략무기 재배치, 평화체제, 5·24조치 해제 등 다양한 처방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들은 ‘대응책’일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에는 정교함이 부족하다. 예를 들어 제재와 대화의 병행이 어떻게 북한 변화의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인지, 우리의 국가안보관을 해치지 않고 어떻게 핵을 가진 북한과 대화를 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논리가 필요하다.

둘째, 우리 국민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의 국익이 침해당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인터뷰를 진행한 다섯 명의 주요 후보들은 한결같이 ‘균형을 잡겠다’ ‘미국과 중국 모두에 적극 다가가겠다’ ‘미국과 중국을 활용하겠다’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 정도 수준으로, 우리가 디자인하는 전략에 발을 담글 미국과 중국이 아니다. 최근에 잠시 선보인 대북문제에 대한 미·중 간 공조체제도 전 세계를 상대로 한 큰 게임과 맞아떨어진 성격이 강하다. 게임과 계산의 방식이 바뀌면, 한반도 문제는 언제든 후순위로 밀릴 수도 있고, 의도하지 않은 빅딜로 연결될 수도 있다. 또 북핵 문제가 한반도와 동북아 질서의 급격한 변화를 야기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한, 미국과 중국은 이 지역에 자국의 외교자원을 대량으로 쏟아붓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중 사이에서 공감대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유권자들은 좀 더 분명한 설명을 듣고 싶어 한다.

마지막으로, 북핵 해법의 실마리도, 미·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카드도 결국은 우리의 역량이 전제돼야만 한다. 매우 아쉽지만, 우리 외교자산을 어떤 방법으로 확충할 것인지, 결과적으로 총체적인 외교역량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제시하고 있는 후보는 찾기 어려웠다. 전략핵무기 재배치를 원한다면 미국과 우리 국민을 설득시킬 방안은 무엇인지, 평화체제와 비핵화 사이의 선순환이 필요하다면 과연 어떤 정책 수단으로 그것을 가능케 할 것인지, 개성과 금강산을 다시 시작하면 그것이 북한의 DNA 변화에 어떤 기폭제가 될 것인지, 구체적인 그림을 제시하고 있는 후보는 없다. 대체로 입장과 견해만 있을 뿐이다.

또다시 우리에겐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 국민은 이제 지도자 한 사람 바뀐다고 세상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만 대통령으로서의 확실한 국가안보관 위에 제반 외교·안보·통일 문제들이 조금씩 실타래를 풀어나가길 기대해 본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