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출신 많아 자격시험 합격 줄었다?

공인회계사 1차 합격자 줄자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 탓”
정시 출신들의 ‘度넘은 폄훼’
학교측 “학점 결코 낮지않아”

高2가 치를 2019 대학입시
수시모집 76%로 사상 최대

수시 전형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대학이 늘어나면서 정시 합격생과 수시 합격생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과거에도 일부 학생이 수시생을 ‘수시충(蟲)’이라고 비하해 논란이 된 적이 있지만, 최근에는 자신이 다니는 대학의 금융 자격시험 합격생 감소가 수시생 증가 때문이라는 등 근거 없는 ‘모함’까지 일삼으며 갈등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현재 고2 학생들이 치를 2019학년도 대학 입시에서는 역대 최대인 전체의 76%가 수시모집으로 선발될 예정이어서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의 ‘2018 대입전형의 이해와 대비’ 자료집에 따르면 2018학년도 전국 4년제 대학 수시 모집인원은 모두 25만9673명(73.7%)으로, 9만2652명(26.3%)인 정시 모집인원의 약 3배에 달한다. 특히 수시 전형 중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현재 건국대·한양대 등은 모든 수시 전형에서, 서강대·연세대 등은 일부 수시 전형에서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했다. 이는 점수에 따라 ‘서열화’가 확실한 정시 모집인원을 줄이고 다양한 학생들을 선발하라는 교육부 정책 취지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이처럼 수능의 영향력이 감소하면서 뜻밖의 부작용도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최근 A대에서는 지난 2월 치러진 제52회 공인회계사(CPA) 1차 시험 결과를 놓고 “수시생들 때문에 예년보다 합격자가 줄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올해 이 학교의 CPA 1차 합격자는 83명으로 2016년 119명, 2015년 113명, 2014년 93명에 비해 적었는데, 그 원인이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적용받지 않고 입학한 수시생들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A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를 근거로 “수시생들이 증가해 학교 이미지 하락의 위기감을 느낀다”는 등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학 중간고사 기간을 맞아 수시생에게 부정적 시선을 보내는 정시생도 늘고 있다. B대 재학생 이모(18) 씨는 “중간고사를 앞두고 ‘수능 점수도 없이 들어온 학생들이 얼마나 시험을 잘 치르는지 두고 보자’는 학생들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객관적인 자료도 없이 이런 주장을 퍼뜨려서는 안 된다”며 “수시생의 수능 성적이나 학점이 정시생보다 결코 낮지 않다”고 지적했다. C대생 정모(19) 씨는 “학교에서는 수시생들 학점이 더 높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런지 궁금하다”며 못 믿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 사회 계층 간 갈등을 논한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를 쓴 오찬호 사회학박사는 “단순히 서열화된 수능 점수로 수준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경쟁지상주의 사회의 씁쓸한 단면”이라며 “다양한 학생이 대학에서 함께 성장하고 사회에 나가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효목 기자 soarup6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