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시대 개막>단일화 없이 ‘진보진영 첫 단독 정권’… ‘개혁·통합’ 시험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일러스트 = 송재우 기자 jaewoo@

- 文대통령 당선의 의미

출구조사 “탄핵 찬성” 74.3%
朴탄핵으로 이뤄진 19代 대선
촛불민심 존중후보에 票 몰려

DJP 연합·盧-MJ 단일화 후
10년만에 단독으로 정권창출
국정농단 여파… 개혁에 무게

‘40% 초반 박스권’ 탈출 못해
나머지 4명이 60% 나눠가져
표심은 절묘하게 견제와 균형

제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펼쳐진 대선에서 구(舊)질서 청산이라는 과제에 대한 해결책을 가장 잘 제시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의 당선은 진보 진영이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처음으로 후보 단일화 없이 단독으로 정권을 창출한 의미도 있다.

하지만 41.1%의 득표율은 당초 기대에는 미치지 못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한계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0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의 당선,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EU) 탈퇴)’ 등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질서, 즉 ‘뉴 노멀’에 맞는 리더십을 선택하고 있다”며 “우리 대선에서는 마크롱처럼 표심을 확실히 흡수하는 제3 후보가 없었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당선 가능한 후보 중 가장 시대에 맞는 사람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도 “이번 대선은 촛불 민심이 만든 대선”이라며 “촛불 민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한 후보가 당선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부터 촛불집회에 참석하면서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역설한 것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9일 공중파 3사가 전국 33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 출구조사에서도 이번 대선은 촛불 민심이 반영된 결과라는 점이 확인된다. 최순실 사건과 박 전 대통령 탄핵 과정이 후보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거나 모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16.3%에 그쳤다. 탄핵에 찬성했다는 응답이 74.3%에 달했다. 후보 선택 기준으로는 부패와 비리 청산이 20.7%, 경제성장과 발전의 적임자 19.6%, 도덕적이고 깨끗한 인물 19.3% 등으로 조사됐다.

문 대통령이 후보 단일화 없이 진보 진영 단독 집권을 이룬 것도 정치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각각 김종필 전 국무총리, 정몽준 전 의원과 단일화를 통해 선거 승리를 거뒀다. 진보 진영이 10년 만에 정권을 찾아온 것은 물론 ‘롱런’의 토대로 갖추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보수 정당 소속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지지율 합계는 30%를 약간 넘은 수준에 그쳤지만 문 대통령과 심상정 정의당 후보 지지 합계는 47.3%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표에 보수와 진보가 섞여 있는 것으로 감안한다면 진보 성향이 훨씬 높게 나온 것이다. 박 전 대통령과 보수 세력이 함께 탄핵됐다는 해석까지 가능한 결과로 풀이된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보수 정권을 보니 부패와 국정농단, 이런 것들이 만연하다 보니 개혁하자는 쪽으로 시대정신이 갔다”며 “보수 세력은 상당히 약화된 게 분명하고 개혁 세력들이 주도하는 시대가 오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당초 기대만큼 지지를 받지 못한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문 대통령 측에서는 최소 45%, 많게는 과반의 득표율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41%의 지지를 받는 데 그쳐 집권 세력 교체 이상으로 문 대통령 당선의 의미를 확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40%대 초반 박스권을 결국 탈출하지 못했고,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지만 낙선했던 지난 대선보다 득표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2012년 48.0%에 비해서 득표율이 6.9% 감소했다. 득표수도 1469만여 표에서 1342만여 표로 100만 표 이상 감소했다.

안 후보가 20% 넘는 지지를 받은 것은 기존 정치 세력에 불신, 제3세력 출연에 대한 요구가 여전히 상당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문 대통령과 안 후보가 양강 구도를 끝까지 형성하지 못한 것은 아쉽게 생각한다”며 “기존의 보혁 구도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선 역대 최다 표차가 경신됐지만, 문 대통령이 아닌 다른 후보가 60% 정도를 득표하는 절묘한 견제와 균형이 이뤄졌다는 게 이번 선거의 표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기존 보수와 진보 대표 세력 외에도 바른정당과 정의당 후보가 선전한 것도 제3 정치세력 출연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