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公約 전면 조정과 ‘큰 정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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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이화여대 교수 행정학

제19대 대선을 통해 오늘 취임한 문재인 새 대통령은 저출산 고령화의 심각한 인구절벽과 이미 저성장 기조로 접어든 경제,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대북 관계 재설정과 평화와 안정 그리고 공동 번영을 이뤄내야 하는 국방과 안보, 외교 환경 등 모두 녹록지 않은 과제들을 전면에서 헤쳐나가야 하는 사명을 부여받았다. 이제 새로운 리더십 아래서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미래로의 비상을 준비해야 한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슬로건과 그리 길지 않은 대선 레이스 기간에 발표한 각종 공약 등을 통해 향후 5년간 어떤 방향으로 국정을 이끌지는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각종 공약을 이제는 현실적인 실천형 정책 리스트와 ‘어떻게’가 수반된 공약(公約)가계부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 다양한 형태의 전임 대통령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분명한 원칙과 우선순위 설정이야말로 성공적인 정부를 운영하는 데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첫째, 뺄셈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선거 과정을 통해 이것도 저것도 할 것이라고 공약했지만 5년이라는 시한과 재정금융 정책 및 규제 정책의 생래적 한계 등을 고려하면 이제는 확실히 실천할 국정 과제를 추리고 그 순서(sequence)를 제대로 설계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해야 할 과제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정책 수단은 무엇이며, 얼마짜리 프로젝트인지를 면밀하게 평가하고 이에 대해 솔직하게 국민과 국회에 재원 조달을 위한 동의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 증세(增稅)가 필요한 경우 이 역시 투명하게 밝히고 현행 조세 체계 안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재원을 추가로 마련하는 게 효율성과 형평성 차원에서 바람직한지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하고 실천해야 한다.

둘째, 정부와 공공부문, 시장경제와 지역사회 모든 주체를 적절히 활용하고 그들에게 맞는 역할을 부여해 정부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양극화 문제가 심각해 이를 치유해야 하는 것이 새 정부의 중요한 과제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도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 정책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공정거래 정책, 노동 정책에 방점이 두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전적으로 부담을 떠안기보다는 지방정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나아가 지역사회가 자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큰 사회 정책(big society policy)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국민적 중지를 모아 분권형 개헌을 이루기 위한 실효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셋째, 국회를 아우르는 큰 정치가 필요하다. 정책이 종국적으로는 입법이 필수적이라고 할 때 국회의 적극적 동반자 역할은 대통령의 성공적 국정 운영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삼권분립의 취지를 십분 살려 대통령은 국회를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고 임기 초반부터 협조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우리 국회는 전통적으로 적대적 여야 관계를 견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아무리 대통령이 훌륭한 정책 패키지, 공약가계부를 마련해도 이를 실천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주요 정책 분야별로 계획 단계부터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행정부가 독단적으로 마련하고 이를 입법부가 발목 잡는 과거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큰 정치에 기대하는 바 크다.

앞으로의 5년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꾼다는 점에서 희망찬 기대를 품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