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나>장타자이지만 방향이 문제… 한때 별명이 ‘와이파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창용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본사에서 자신이 개발한 골프화 겸용 신발의 바닥 돌기를 설명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이창용 ㈜GnG 대표

신사복만 17년째 생산, 판매하며 한 우물을 파온 이창용(56) ㈜GnG 대표는 자칭 ‘골프 발명가’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GnG 사옥에서 만난 이 대표는 옷 자랑 대신 시제품으로 개발했다는 골프겸용 신발을 꺼내며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이 대표는 “평소 골프화를 따로 준비하는 게 번거로웠다”면서 “평상시에 신고 다니면서 골프화로 활용할 수 있는 신발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바닥의 밑창이 관건이었다. 골프 스윙을 하다 보면 발등 부분에 뒤틀림이 생긴다. 또 잔디는 미끄럽기에 일반 신발을 신고 골프를 즐기기란 어렵다. 이 대표는 미끄럼 방지 기능을 고안하면서 2년 전 시제품을 만들었고, 지금도 라운드할 때마다 이 신발을 신고 다니고 있다. 이 대표는 “아이디어의 핵심은 바닥의 두꺼운 돌기 모양”이라면서 “현재 특허출원까지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어드레스 전용 셔츠도 개발했다. ‘쫄쫄이티’처럼 생긴 이 셔츠는 소매 부분이 앞으로 튀어나와 어드레스 자세를 잡는 데 도움을 주도록 디자인됐다. 이 대표는 “초보자는 물론 어드레스가 잘못된 골퍼들이 이 셔츠를 입으면 저절로 양팔이 모아져 어드레스 자세를 바르게 잡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이 셔츠는 평소 입고 다니기가 쉽지 않은 게 단점이다. 이 대표는 이외에도 구상 중인 아이디어가 더 있지만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외환위기 직전이던 1997년 여름 골프를 배웠다. 패션 의류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연습장에서 몇 달 기량을 갈고닦아 가을에 첫 라운드를 치렀다. 경기 파주의 서원밸리골프장이었다. 하지만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가 3차례나 헛스윙을 했다.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기 때문. 동반자들은 3번이나 헛스윙하는 그를 “언제 칠 거야? 연습스윙 그만하고 빨리 쳐”라고 채근했다. 연속된 헛스윙은 다행히 잔뜩 긴장한 초보자의 연습스윙으로 묻혔다.

이 대표가 골프장에 다시 간 것은 5년쯤 지난 뒤였다. 당시 의류 유통업에 종사하던 이 대표는 외환위기가 몰아닥치면서 재고가 쌓여 결국 사업을 접어야 했고, 골프와도 ‘결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유통업에서 손을 뗀 이 대표는 브랜드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고 캐주얼과 신사복을 제작했다. 곧바로 전국에 대리점을 모집하고 값싸면서 질 좋은 신사복을 공급했다. 그리고 이 대표는 ‘스타일멤버스’ ‘젠트웰’ ‘STM’ 등의 브랜드와 함께 17년째 신사복을 고집하고 있다. 이 대표는 연간 30만 피스의 의류로 50억 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앞으로는 더 많은 수익을 거두기 위해 홈쇼핑 사업 병행을 계획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한눈팔지 않고, 또 욕심부리지 않고 분명한 것만 추구해 왔다”며 “해외 출장을 다녀가면서 현지 생산공장을 파악하는 것도 리스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베스트 스코어는 골프에 입문하고 12년이 지나 2009년 작성한 79타. 외국에 나가서는 몇 차례 70대 스코어를 남겼지만 국내에서는 그 기록이 유일하다. 한번은 버디 5개를 뽑아내고 84타를 남긴 적도 있다. 스코어 관리가 잘되지 않는 편. 이 대표는 “몰입하는 성격이 아니고 뚜렷한 목표를 지닌 채 골프장에 나가는 것도 아니기에 친구들로부터 ‘승부욕이 없고,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핀잔도 자주 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골프를 하면서 한 번도 명함을 주고받은 적이 없다. 이 대표는 “사업상의 관계를 위한 비즈니스 골프가 아니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엔조이 골프를 추구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골프모임에 거의 참여하지 않고 매너 없거나, 화를 내는 등 골프장에서 민폐를 끼치는 사람과는 두 번 다시 라운드를 함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장타자로 분류할 수 있다. 골프 백에 우드를 넣고 다니지 않은 때도 있었다. 파4 홀에서 ‘원온’하는 재미에 장타에 푹 빠졌다. 지난해 경기 용인의 골드골프장에선 파4 홀 내리막 310m에서 원온하고 원퍼트로 이글을 낚았다. 멀리 날아가기에 이글은 여러 차례 작성했다. 하지만 방향성이 엉망이었다. 그래서 한때 ‘와이파이’로 불렸다. 치는 족족 OB가 나오기 일쑤였다. ‘이대로는 곤란하다’는 생각에 연습장에서 스윙 교정을 한 적도 있었지만 스윙 크기를 줄이는 데 그쳤다. 또 다른 해결책을 찾느라 고심하다, 클럽을 바꿔보았다. 방향성은 크게 안정됐지만 거리는 종전보다 줄어들었다. 집을 옮기면서 비로소 원하던 것을 이뤘다. 이 대표는 “이사한 아파트 단지에 연습장이 있어 시간만 나면 연습장에 갔고 피트니스 등으로 몸을 단련했다”며 “꾸준한 훈련 덕분에 비거리를 많이 회복했고, 드라이버로 240m 정도 보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골프가 ‘신사의 게임’이란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이 대표는 “우리가 골프장에 갈 때 재킷을 입는 것도 규범을 흩트리지 않겠다는 취지”라면서 “볼을 치면서 순간적으로 볼을 터치하고 싶은 갈등이나 유혹을 뿌리치고 자기와의 약속을 지키게 하는 게 골프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