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고객 응대거부·직원 심리치료… 홈플러스도 ‘감정노동 보호’나서

2만여 계산원 등 대상 시행
‘존중해주세요’ 포스터 부착
대형마트 자체적대응 확산

올해 들어 대형마트들이 잇따라 고객 응대의 최접점에 선 ‘감정노동자’ 보호에 나서고 있다.

대형마트의 경우 계산원, 상담원 등이 갑질을 벌이는 악성 고객으로부터 폭언·폭행, 성희롱 등의 피해가 많은 대표 업종으로 꼽혀 왔다. 지난해 발의된 감정노동자 보호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에서 우선 자체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노사는 올해 임금교섭을 통해 감정노동자 보호 제도 개선안을 새로 마련해 지난 17일부터 2만여 명의 계산원, 영업부서 직원을 대상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고객의 직원 폭행 사건 발생 시 적극적 구제절차와 고객센터 경고포스터 부착, 사건 발생 시 응대 거부 등의 기존 보호 메뉴얼을 전 직원을 대상으로 1시간씩 연 2회 유급 집체교육을 하고 ‘우리 엄마·아빠를 존중해 주세요’란 보호 포스터도 새로 붙이기로 했다. 또 직원 심리치료·상담 업체를 선정해 양질의 심리치료를 진행할 프로그램을 마련키로 했다.

홈플러스 노조 관계자는 “진상고객의 응대를 거부하고 자신을 보호하는 한편, 심리적 상처를 치유할 여건을 만들자는 취지로 노사가 뜻을 모았다”며 “포스터만 해도 기존에는 고객센터에만 달랑 1장 붙였지만, 설치장소 등을 대폭 확대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 3월에 상담원이 폭언, 폭행, 성희롱을 당할 때 상담을 거부한다는 ARS를 송출한 뒤 단선 조치하고 피해를 본 직원에게 사내 법무실을 통해 법률서비스를 지원하는 내용의 ‘이케어 2.0노사공동 실천 약속’에 들어갔다. 롯데마트는 서울시, 시민단체와 감정노동자 인권보호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감정노동자는 1일 중 고객 응대 시간이 40% 이상 차지하는 대인서비스업 종사자로 대형마트, 백화점, 전화상담원, 텔레마케터 등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740만 명가량에 달한다”며 “관련 보호 대책이 최저임금 인상, 정규직 전환 등의 최근 현안과 맞물려 관심이 더 증폭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