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 문화재>흥선대원군의 아호를 따 ‘石坡’… 청나라풍의 이국적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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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 부암동 석파정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있는 석파정(石坡亭·사진)은 성락원, 옥호정과 함께 조선 시대 대표적 정자 건축물 중의 하나다. 그중에서도 석파정은 자연과 조화를 이룬 빼어난 조형미로 유명하다.

정자 주변에 커다란 바위와 시냇물, 흥선대원군의 별당과 거대한 소나무가 나란히 펼쳐져 있어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석파정은 말 그대로 ‘돌을 깬다’는 뜻이다. 정자의 앞뒤가 모두 바위여서 흥선대원군이 그렇게 이름 지었으며, 흥선대원군의 아호인 석파에서 따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자연미도 뛰어나지만 석파정이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독특한 건축양식 때문이다.

석파정은 조선 고종(1863∼1907) 때의 중신 김흥근이 청나라의 장인을 직접 불러와 만들었다는 설이 있으나 기록으로 전해지지는 않는다. 다만 정자에 남아 있는 청나라풍의 문살 문양과 돌다리의 형태를 통해 이국적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한국 전통의 건축양식과 청나라의 양식이 적절히 조합된 정자로, 1974년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6호로 지정됐다.

원래 정자와 별당은 김흥근의 소유였다. 그러나 흥선대원군이 집권한 후 별장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흥선대원군의 ‘쇄국’이 한창이었던 탓에 천주교도들의 피가 서린 곳으로도 전해진다. 6·25 전쟁 후에는 보육원과 병원 등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현재는 미술관으로 쓰인다. 2012년 이곳에 서울미술관이 건립됐다.

서울미술관은 안병광 유니온팜 회장이 석파정을 포함한 약 4만6000㎡(1만4000평) 부지에 세운 사립미술관이다. 이중섭의 ‘황소’를 수집하는 등 미술 작품 애호가인 안 회장은 지난 30년간 수집한 개인 컬렉션을 모아 이곳에 미술관의 꿈을 이뤘다.

서울미술관은 개관 4년 만인 지난해 연간 관람객 15만 명을 돌파했다. 개관 5주년을 맞는 올해는 더 많은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4월까지 벌써 5만 명이 다녀갔다.

서울미술관이 1∼2층에 걸쳐 운영하는 현대 미술 전시도 볼거리가 풍부하지만 석파정이 관람객 유인에 큰 몫을 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3층 야외 전시장 옥상 잔디밭에 들어서면 앞쪽으로 북악산과 그 안을 구불구불 흐르는 산성이 그림처럼 눈에 들어온다.

봄, 가을에 특히 풍광이 좋다. 봄에는 다양한 봄꽃으로, 가을엔 화려한 단풍으로 장관을 이룬다. 별당에서 석파정, 뒷동산으로 이어지는 산책길은 도심에서 한가로운 여유를 찾을 수 있는 힐링 코스다.

안진우 서울미술관 마케팅팀장은 “사실 이 지역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 개발이 쉽지 않았으나 수년간의 노력 끝에 이렇게 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나게 됐다”면서 “특히 거의 버려져 있다시피 했던 석파정과 흥선대원군 별당을 수리·복원하는 데 많은 힘을 기울였다. 지금은 하루 1000명 이상의 관람객이 미술 전시와 석파정을 보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미술관에선 ‘사임당, 그녀의 화원’과 ‘카페 소사이어티’전이 동시에 열리고 있다. 전시와 휴식을 한꺼번에 즐기기에 이곳만큼 안성맞춤인 곳이 없어 보인다.

글·사진 =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