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靑 특수비 절감과 公私구분 확산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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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주 이화여대 교수 행정학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본인과 가족의 생활비로 사용되던 특수활동비 53억 원을 줄여 청년 일자리 창출과 소외계층 지원 예산에 보태기로 하고, 정부 부처가 사용하는 특수활동비에 대해서도 전반적인 개선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 비서실에서는 2017년도 특수활동비를 42% 절감해 집행하고, 2018년도 예산 요구 시 2017년도 대비 31% 줄여 요구하며, 집행도 기획재정부 예산 집행 지침에 따라 투명성을 제고하는 등 내부통제와 감사원의 사후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수령자가 서명만 하면 사용처를 보고하지 않아도 되고 영수증 없이도 사용할 수 있어 ‘눈먼 돈’이라고까지 불리는 특수활동비의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늦었지만 매우 높게 평가할 만하다.

사실 특수활동비는 청와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불거진 법무부와 검찰의 이른바 ‘돈봉투 만찬’도 특수활동비다. 특수활동비를 남용했다고 의심받는 기관은 법무부, 국회, 감사원, 국무조정실, 대법원, 외교부, 통일부 등 광범위하다. 한국납세자연맹의 자료에 따르면 특수활동비의 경우 사용 내역에 대한 투명한 관리가 안 되고 있어 기밀을 요하지 않는 연구 활동, 자료수집 활동, 직무 활동, 입법 활동 지원 등 기관 운영 경비 등에 ‘마구’ 사용되고 있으며, 사적(私的)으로 활용된 경우도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은 예산의 편성과 집행 및 정부의 활동에 대한 투명한 관리 및 외부 통제가 부족한 데 있다.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정보와 사건 수사 및 국정 수행에 꼭 필요한 경비다. 하지만 다른 예산과는 달리 사용 목적을 밝히지 않고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집행의 적정성에 대한 외부 통제가 전혀 이뤄질 수 없는 구조다. 그동안 모든 특수활동비가 눈먼 돈으로 사적인 용도로 사용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예산의 투명한 관리는 부적절한 예산 집행의 방지는 물론 국민의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하는 차원에서도 매우 시급하다.

하지만 어느 국책연구원에서 정부 예산으로 김장 채소와 유기농 토마토를 구매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경우나 최근 대통령 선거 기간에 이슈가 됐던 국고로 보수를 받는 보좌관을 사적으로 활용한 사례 등을 보면 공사(公私) 구분이 모호한 공직 문화가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특수활동비로 대통령의 식비를 비롯한 치약, 칫솔 등 개인 비품을 구매했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의 식비나 의복비는 물론 화장실 휴지 등 생필품비와 스타일리스트 월급 등 대통령이 사적인 목적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은 대통령의 월급에서 지출한다고 한다. 주한 미국 대사관도 마찬가지다. 공식 만찬에서는 정부에서 구매한 그릇을 사용하지만, 개인적 행사인 경우 주최자의 개인 식기를 사용할 정도로 공사 구분이 매우 엄격하다.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도 정부 예산 등의 활용에 있어 공사의 구분이 명확하게 될 수 있도록 제도 및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특히, 공무원의 인식과 조직 문화의 변화 없이는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이므로 공사 구분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훈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적인 목적을 위해 공적인 자원을 활용하는 것은 부정부패이며, 이는 정부와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불신으로 이어진다. 이번 특수활동비의 투명성 제고 조치를 계기로 정부와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아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