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신라문화는 국민화가 박수근 예술의 모태”… 경주서 특별한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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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범모 경주엑스포 전시 총감독

‘국민화가’ 박수근(1914∼1965년)이 ‘신라’를 찾았다. 경북 경주시 천군동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내 솔거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신라에 온 국민화가 박수근’을 통해서다.

이 전시는 지난 5월 2일 시작됐으며 8월 31일까지 열린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조직위원회, 강원 양구 군립 박수근미술관, 재단법인 가나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고 있다. 이 전시는 박수근 미술관 소장품을 기본으로 해서 주옥같은 유화를 추가해 꾸며졌다. 공립미술관과 개인 소장 작품을 어렵게 대여하고, 거액의 보험료를 감당하면서 이루어진 특별전이다. 생애에 몇 번이나 만나게 될지 알 수 없는 드문 기회다.

그렇다면 박수근과 신라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나는 전시기획자로 이 점을 주목했다. 한마디로 박수근 예술의 모태에 신라문화가 스며있다고 주장하고 싶다. 우선 박수근 작품의 화풍상 특징을 보자. 무엇보다 회색 바탕에 우툴두툴한 질감이 눈길을 끈다. 즉, 신라 마애불을 연상시키고 있다.

사실 박수근 화가는 화실에서 화강암 조각을 직접 만지면서 캔버스에 바탕칠을 했다. 그러니까 우리 산천 도처에 널려있는 화강암의 특성을 캔버스로 바로 옮긴 것이다. 이는 우리 석조문화의 특성을 체질적으로 이해했다는 의미다.

생전의 박수근은 경주를 즐겨 찾았다. 그는 신라문화를 연구했고 그 내용을 자신의 작품에 반영시키려고 했다. 그런 노력의 증거가 남아 있다. 바로 탁본이다. 박수근 화가 스스로 찍어 낸 탁본들이다. 그것은 신라 와당의 갖가지 문양과 이러저러한 그림의 형상이다. 박수근은 경주 남산과 계림을 거닐면서 신라문화를 살폈고, 또 탁본했다. 현재 박수근미술관은 탁본과 프로타주 6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이번 경주 전시의 핵심 부분 가운데 하나다. 이에 탁본이 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 박수근은 자신의 그림을 사고 후원한 미국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경주 탁본을 보내기도 했다.

박수근 화가의 예술 토대에 신라문화가 있다는 것은 이번 특별전의 의의이고, 또 경주에서 그의 회고전을 여는 이유이기도 하다. 왜 신라에 온 박수근인가. 우리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모범으로 박수근을 들 수 있다.

우리 전통문화를 시대정신이라는 그릇에 새롭게 담은 작가, 전쟁 이후의 궁핍한 시대를 그대로 보여주는 예술, 거기에 아낙네가 있고, 이파리 하나 없는 나목이 있다. 비록 어두운 회색 조의 시대였지만 건강한 희망이 있다. 천년고도 신라 경주에서 박수근 화가의 진솔한 모습을 볼 수 있다니 이는 커다란 안복(眼福)이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