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빈, 韓에 경고성 발언… 워싱턴 정서 반영”

- 외교 전문가 지적

더빈, 상원 세출위 국방 간사
美정책에 큰 영향 끼칠 위치

딕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가 “한국에 배치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예산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다”고 한 발언이 파장을 낳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더빈 의원의 입장이 미 조야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더빈 의원이 한국에서 일고 있는 사드 논란에 대해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성격이 강하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미국의 대 한국 정책에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2일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더빈 의원의 미 의회 내 위치를 고려했을 때 정부가 그의 발언을 무게감 있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민주당 소속의 일리노이주 출신 연방 상원의원인 더빈 의원은 상원 세출위원회 국방소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상원 세출위 국방소위원회 간사는 국방 예산 담당의 핵심”이라면서 “더빈 의원이 한국의 사드 예산 감축 논의를 작정하고 밀어붙이면 관철시킬 수 있는 영향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더빈 의원이 야당 출신이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고, 한반도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 소속이 아니라 하더라도, 충분히 주한미군 사드 배치와 관련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더빈 의원의 발언은 한국에 대한 경고성 발언”이라며 “국내 사드 배치가 절차적 이유로 늦어지는 것은 이해하지만, 배치 자체를 재검토할 경우 한·미 동맹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빈 의원의 말이 개인의 견해를 넘어 워싱턴의 대체적인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면, 6월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워싱턴 관료들이 한국 측에 같은 주장을 전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원장은 “더빈 의원의 말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정책적 선택지를 넓히는 발언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