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민간 고용 억제’정책과 靑 상황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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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연세대 교수 경제학

일자리위원회가 문재인 정부 1호 정책으로 월초에 발표한 ‘일자리 100일 계획’은 근본적 대책이라기보다는 대증요법적 정책으로 부작용이 우려된다. 일자리위원회가 지적한 ‘5대 일자리 위기’도 정치적 구호라는 인상을 준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이 OECD 최장 수준이지만 줄지 않는 것을 위기로 지적하고 있다. 사실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은 줄고 있다. 근로시간이 긴 이유는 다른 OECD 국가보다 시간제 근로자의 비율이 낮고 자영업자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고용의 다양성이 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자리위는 법정 근로시간을 주당 52시간으로 단축하겠다고 발표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주당 근로시간은 41시간도 되지 않는다.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먼 대책이다. 법정 근로시간 단축으로 제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제조업의 고용 감소가 위기라고 지적하면서 일자리위는 고용 비용을 증가시키는 정책을 제시했다.

‘일자리 중심 행정 및 정책 체계 구축’은 전시행정의 우려가 있다. 외국에서 볼 수 없으나 우리나라에서는 항상 등장하는 것이 상황판이다. 상황판보다는 정기적인 기자회견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또, 도입하겠다는 고용영향평가 제도는 이미 도입돼 있다. 연구·개발(R&D) 사업과 같은 정부사업의 평가에서 고용 성과를 평가한다. 사업의 본질을 왜곡하고 비정규직만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일자리 창출 기반 강화’ 정책은 쓴웃음만 나온다. 공공부문 일자리는 고용의 마중물이 아니라 민간 일자리를 몰아내는 정책이다. 이미 공무원 응시를 위해 청년들이 학원가에 몰린다는 보도가 있었다. 일자리 만들기를 빙자한 인기 영합적 정책은 생산성 저하와 정부 지출 부담으로 경제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린다. 고용이 늘 수 없는 체제를 만들어 가는 정책이다. ‘성장-일자리-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보다는 ‘저성장-고실업률-분배악화’의 악순환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선도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 올해 대기업 노조의 요구 사항은 철저히 내부자를 위해 신규 고용을 억제하는 것들이다. 대기업 노조는 임금 인상은 물론 사회 연대 강화를 위한 사회공헌기금 확대, 사회공헌위원회 구성, 퇴직자 복지센터 건립 등 기업 활동 이외의 비용 지출도 요구했다. 청년들의 고통은 외면됐다. 그리고 기업의 지방 이전으로 경제가 잘 되는지는 이미 실험이 끝났다. 고비용 구조의 고착으로 기업들이 해외로 떠난 지 오래다.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돌아오도록 유인하는 정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사회적 경제 육성책은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저임금 근로자를 양산할 수 있다. 일자리위는 사회적 기업들의 임금 실태부터 밝혀야 한다. 정말 일자리가 증가하는지도 검증 대상이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은 중소기업의 어려움만 가중시킨다. 더욱이 그동안 지급된 보조금이 얼마나 성과를 냈는지도 의문이다.

일자리 창출의 기반은 경제 성장이다. 혈세로 수당이나 보조금을 지급해선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 노동시장의 개혁과 기술 혁신이 일자리를 만든다. 차세대 혁신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좋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대기업 노동시장의 유연화도 필수적이다.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도 중요하지만, 중견기업 육성도 필요하다. 이런 근본적인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일자리 100일 계획’을 재검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