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사드 논란’ 침묵 대응… 우려 커진 韓·美정상회담

‘文지지층 잃을까’ 모호한 행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논란 확대에 청와대가 앞으로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침묵 모드에 들어갔지만 국내 찬반 진영은 물론 미국의 불만을 가라앉히기 힘든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청와대가 스스로 부추긴 사드 논란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이달 말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보다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국은 사드 부지 환경영향평가를 결정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행여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에 달갑지 않은 변수가 생기진 않을지 주시하고 있다. 지난 11일 현지 언론들은 미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 말을 인용해 “미국 외교관들이 한국 정부 관리로부터 환경영향평가가 사드 체계 전체를 거부하기 위한 전조(prelude) 아니냐고 해명을 요구했고, 한국 측으로부터 (사드 배치) 합의를 유지하기 위해 계획 중이라는 확답을 받았다”고 전했지만 여전히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실제로 미국 의회와 싱크탱크 등에선 사드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행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공공연하게 표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한·미 정상회담 분위기를 지배할 것이 분명해 사드 논란을 촉발한 한국 정부의 운신 폭은 좁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 정부로서는 회담 테이블에서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사드 철회도, 추가 배치도 않는 ‘전략적 모호성’이 계속되며 정부 지지층을 중심으로 회의적인 시선이 짙어지고 있는 점도 정부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지지층 대부분은 사드 배치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추후 사드 배치를 철회하지 않으면서 한·미 동맹에 무게를 실을 경우 그동안 사드 배치에 반대해 온 지지층을 포함, 국정 운영의 동력을 잃는 빌미가 될 수 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보수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진보적인 문재인 대통령의 무리 없는 첫 만남을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기조를 갖고 가느냐에 대한 전략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