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팀장의 문장과 책>그곳에서 만난 따뜻한 시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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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지탱해준 것은 우리를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들이었다. 50대 중반 아저씨와 폐차를 앞둔 마을버스가 갖가지 역경을 딛고 세계를 달리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포기하지 말라며 성원을 보내주었다. 가장 가슴 벅찼던 순간은, 시련을 극복해나가는 내 모습을 보며 오히려 사람들이 용기를 얻었다고 얘기해 준 것이었다.(277페이지)”

임택 (57) 여행 작가는 2014년 폐차를 6개월 앞둔 중고 마을버스를 개조해, 동료 2명과 함께 세계 여행을 떠났다. 마을버스 세계 여행을 생각한 건 그 몇 년 전부터. 어느 날 동네의 정해진 코스를 쳇바퀴 돌 듯 맴도는 마을버스에서 쉰 줄에 들어선 자기 모습을 봤기 때문이었다. 그 뒤 그는 회사 일에서 손을 떼고, 여행작가 학교에 다녔다. 그리고 마을버스를 구했고 떠났다. 2014년 10월 페루에서 시작해 2016년 9월 러시아에서 마무리한 677일, 48개국, 7만㎞. 그가 마을버스 ‘은수’와 함께 한 여행기를 ‘마을버스 세계를 가다’(메디치)로 냈다.

여행길이 항상 즐겁기만 했을 리는 없다. 남미에선 질 좋지 않은 연료 때문에 버스가 달리다 멈추기를 반복했고, 순식간에 날이 저물어 위험천만한 마을에 머물러야 했던 순간도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입국 통과가 거부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길 위에서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었던 것은 시선, 사람들이 보내준 시선 때문이었다고 했다. 머물러 있는 자신들을 대신해 멀리멀리 달렸으면 하는 마음, 누군가의 목표와 소망이 이뤄졌으면 하는 선한 마음, 이 마음이 담긴 따뜻한 시선.

하루하루 변함없는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를 다독이는 것도 따뜻한 시선이다. 하지만 마을버스가 달려서 도착한 낯선 곳보다 모두가 바쁜 익숙한 곳에서 따뜻한 시선은 더 야박하다. 이해와 공감에서 자라는 따뜻한 시선. 우리에겐 이런 시선의 온도가 필요하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