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사도 가담 납·황산 등 함유 폐배터리 다량 부정수입 업자 덜미

관세청 서울본부세관 적발

환경에 해를 끼치는 중금속이 다량 함유돼 있어 국제 거래가 제한된 자동차 폐배터리를 허가 없이 불법 수입한 일당이 세관 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이 과정에서 관세사도 가담해 범행을 도운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시가 570억 원 상당의 자동차용 폐배터리 3만8000t을 지난 2011년 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470차례에 걸쳐 불법 수입한 김모(55) 씨와 관세사 등 6명을 관세법 위반으로 입건하고 검찰에 불구속 고발 조치했다고 28일 밝혔다.

폐배터리는 납, 황산, 비소 등 중금속이 들어 있어 환경유해 폐기물 국제거래를 통제하는 바젤협약에 따라 규율을 받는다. 바젤협약에 가입한 국가끼리의 거래만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으며, 가입국끼리 거래할 때도 수출입국 환경 당국의 상호 승인·허가, 통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세관 조사 결과, 김 씨 등은 홍콩, 몰타 등에서 폐배터리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무역서류를 위조하거나 허가서를 도용하는 등의 수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세관과 환경공단 등에 부정수입 신고를 쉽게 하려고 폐기물 수입신고 절차와 제도 허점을 잘 아는 관세사와 공모했다.

폐배터리는 재활용 공정을 거쳐 무게의 50% 이상의 납을 추출할 수 있고 이렇게 거둔 납은 자동차, 태양광발전 등의 배터리로 재사용된다. 하지만 국제환경보호단체는 폐건전지 등의 재활용 공정에서 유출되는 납 성분이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고 지적해 왔다.

김철수 서울세관 외환조사과장은 “폐배터리에서 납을 추출하는 기술이 발전하고 소규모 영세 재생에너지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폐배터리 부정수입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관계기관과 함께 부정수입 업체를 엄격히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