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손등의 거리 5cm… ‘잠수함投’ 박종훈 ‘펄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SK의 박종훈이 지난달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박종훈의 릴리스포인트는 지면과 불과 5㎝ 떨어졌다. 연합뉴스

시즌 8승…SK 주축 투수
배드민턴으로 체력 훈련

프로야구가 타고투저로 회귀하고 있다. 시즌 초반이었던 4월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전체 투수 평균자책점은 4.47로 준수했다. 5월도 4.66을 유지했지만, 6월엔 5.66으로 급격히 치솟았고 7월도 6.14로 좋지 않다.

하지만 SK 잠수함 투수 박종훈(26)은 다르다. 오히려 타고투저 흐름을 거스르는 ‘역주행’ 활약을 펼치고 있다. 4월 2승 2패(평균자책점 5.54), 5월 2승 1패(3.12)를 기록한 박종훈은 6월 3승 1패(1.65)로 거듭났다. 6월 평균자책점 부문은 1위. 최근 등판인 지난 2일엔 우천으로 경기가 수차례 지연되는 상황에서 어깨가 식으며 4.1이닝 7피안타 5실점했지만, 강우 콜드게임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박종훈은 비시즌 기간에 체력 훈련에 주력했고 이 덕분에 다른 투수들이 지칠 때 박종훈은 더욱 힘을 내고 있다.

박종훈은 배드민턴으로 튼실한 체력을 길렀다. 비시즌 동안 매일 3∼4시간 유산소 운동과 웨이트트레이닝을 거르지 않은 박종훈은 “기본적인 운동 말고 저녁 시간 즐겁게 체력을 기를 방법이 뭐가 있을지 고민하던 중 배드민턴이 떠올랐다”고 귀띔했다.

박종훈은 윤희상, 김태훈, 서진용 등 팀 동료들과 동네 체육관에서 매일 1시간씩 배드민턴으로 땀을 흘렸고, 체력 보강에 효과를 봤다. 스프링캠프에서도 코치진이 그만 던지라고 말릴 정도로 강철 체력을 자랑했다.

또 박종훈은 시즌 초반 투구 시 크게 흔들렸던 무게중심을 6월 들어 바로잡았다. 박종훈은 KBO리그에서 공을 가장 낮게 던지는 언더핸드 투수로 땅과 손등의 거리가 5㎝ 남짓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투구할 때 고개가 오른쪽으로 처지는 단점이 있다.

박종훈은 “데이브 존 투수코치께서 코를 포수에 고정한다는 느낌으로 던지라고 조언해 주셨고, 이를 따르다 보니 ‘영점’이 잡혔다”고 덧붙였다.

박종훈은 지난해 8승 13패 평균자책점 5.66이 최고 성적일 만큼 눈에 띄는 선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올 시즌엔 벌써 8승째(4패)를 챙겼고, 평균자책점도 3.76으로 SK 선발 한 자리를 꿰찼다. 박종훈은 예년 시즌과 다른 점으로 심리적인 안정감을 뽑았다. 2016년 1월 득녀한 박종훈은 “결혼식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딸이 생겼고, 내가 잘 던져서 더 많은 연봉을 받아야만 아이를 먹여 살릴 수 있다는 부담감이 컸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박종훈은 올 시즌을 앞둔 지난해 12월 늦은 결혼식을 올렸고, 아내의 조언으로 힘을 얻었다. 박종훈의 올 시즌 연봉은 1억 원. 박종훈은 “아내가 연봉이 많지 않더라도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으니 야구에만 전념하라고 격려해줬다”며 “마운드에서도 한결 마음 편하게 공을 던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SK는 4일까지 44승 1무 35패로 단독 3위를 유지하고 있다. 4위 넥센(40승 1무 37패)과의 격차를 3게임으로 벌린 상황. 박종훈의 목표는 한국시리즈 선발 등판이다. 박종훈은 “SK가 한국시리즈를 제패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며 “6월 좋았던 감각을 시즌 끝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