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 광역단체장에 듣는다>“MICE·R&D·문화예술이 미래 고용창출 3大 중점분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7일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시 일자리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 ⑩ 박원순 서울시장

추경 통과땐 공공근로 1만명
지역공동체 일자리는 1100개

서울시 투자·출연 기관 대상
올 청년 의무고용 8%로 확대

65세이상 노인 맞춤형 지원
시험감독관등 복지死角 해소

복지예산 8조이상으로 늘려
보행친화·도시재생 등 추진

“최대의 복지는 일자리입니다. 일자리는 단순히 일용할 양식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기본적인 인권에 해당합니다. 이 같은 일자리와 일할 권리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국가가 나서서 완전고용의 꿈을 실현해야 합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7일 서울시장실에서 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공황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지향했던 것이 완전고용이고, 노벨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도 그런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시장은 또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련, 완전고용 외에 ‘교육의 힘’을 강조했다. 그는 “결국 위대한 국민이 위대한 국가를 만든다. 품격의 차원에서, 지식의 차원에서 교양과 기술의 차원에서 시민들의 수준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교육은 단순히 학교교육, 제도교육에 머물러 있을 뿐, 평생학습은 아직 약하다”며 “국가적으로 엄청난 투자를 해야 국민이 총명해지고 교양 있어지고 지혜로워진다. 그러면 저절로 창조도 일어나고 혁신도 일어나서 국민이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 갈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박 시장은 민선 최장수 서울시장으로, 지난 6년 동안 쌓아온 내공을 자랑하듯 시종일관 막힘없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콘텐츠가 풍부한 시장’‘디테일에 강한 시장’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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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재선 시장으로 임기를 1년 앞두고 ‘날개를 달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사실이다. 이전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지나치게 견제하고 탄압을 했다. 서울시의 경쟁력이 대한민국의 경쟁력이라고 늘 주장했는데, 서울시의 성공 없이 정부가 성공할 수 없다. 새 정부 들어오면서 비전이 거의 비슷하고 서울시의 정책들이 날개를 단 것이다. 실제 학자들은 정부와 서울시 정책의 싱크로율이 60%에 달한다고 한다. 청년 수당,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경제민주화,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 등이 대표적이다.”

―최저임금이 사상 최대폭으로 올랐는데.

“경제계에서는 우려하겠지만 역사를 보면 사람을, 국민을 살찌우는 정책에 실패는 없다. 과거 주 5일 근무가 시행되기 전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굉장히 우려했다. 국가 경쟁력이 약화될 거라고 했지만 과연 그렇게 됐느냐. 소 같이 일하는 나라엔 창조적 혁신이 없는 거다. 놀고 힐링해야 창조도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에도 노동시간이 가장 긴 국가에 속한다. 최저임금과 생활임금은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하나의 장치다. 하지만 재계의 우려가 있으니 단계를 설정한다든지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일정한 예외를 둔다든지, 얼마든지 보완책은 있을 수 있다. 큰 틀에서는 임금을 높여서 기업이 부담해주면 노동자들이 다시 열정이나 창조 혁신을 보여줄 것이다.”

―서울시만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 정책은 어떤 게 있나.

“서울시는 청년부터 어르신까지 맞춤형 지원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청년일자리 정책은 공공일자리 경험이 민간일자리의 디딤돌이 되는 뉴딜 일자리, 청년수당, 일자리카페, 청년일자리센터 등이 있다. 어르신 일자리도 분화시켜 50대나 60대 초반인 이른바 베이비부머 세대에게는 50플러스 캠퍼스를 통해 인생 재설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대책도 만들어 왔다.”

―올 초 32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한 일자리종합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 추가경정예산을 2009년 이후 최대 규모로 편성했는데.

“서울시는 정규 예산 안에도 일자리 예산은 충분히 넣어놨다. 중앙정부가 일자리 추경을 함으로써 매칭이 일어나, 정부의 의지에 답하는 추경을 하게 된 것이다. 추경은 전체 2조 원 정도의 큰 규모다. 정부 연계사업만 1350억 원에 달한다. 취약계층 대상 공공 일자리 창출이 핵심적으로 들어가고, 공공근로가 1만1000명, 지역공동체 일자리가 1100개에 달한다. 특히 수요와 공급 사이의 미스매칭을 완화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또 일자리 질이 문제라서 같은 일자리여도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한다든지,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강화함으로써 기존의 정규직 직원들은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서울시는 청년들의 일자리 만들기에 그동안 어느 지자체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앞으로 또 다른 계획이 있는지.

“현재 청년실업률은 10%를 넘었다. 이렇게 높은 청년실업률은 참혹한 일이다. 그래서 청년들에게 일에 대한 경험을 줘야 한다. 그냥 돈 나눠주는 게 아니라 일을 창조적으로 시키는 것이다. 에너지설계사 등 우리 사회에 필요하면서도 그것이 직업으로 될 수 있게 만들어주려는 거다. 서울시 투자·출연 기관의 청년 의무고용도 지난해 7.2%에서 올해 8%로 늘리도록 했다. 청년이 스스로 제안하는 아이디어를 갖고 창업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도 있다. 어떤 정책도 당사자의 머리에서 나오는 게 현실적이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노인 대상 일자리 정책은 뭔가.

“65세 이상 노인들에 대해선 노인 적합업종과 노인 적합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일이 중요하다. 학교급식도우미, 시니어택배, 시험감독관 등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면서 일자리도 만드는 방식이다. 시니어택배는 택배차가 아파트 단지에 짐을 실어오면 노인들이 각 가구에 배분하는 일이다. 어르신 맞춤형 아카데미도 있고 시·구립 노인복지관에서는 일자리 상담 창구도 운영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의 모범 답안이 있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기본적으로 공공일자리가 많은데 결국 더 큰 일자리는 기업이나 경제영역에서 탄생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경우는 큰 틀에서 경제가 살아날 수 있도록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 크게 3가지 정도를 꼽고 있다. 먼저 서울시의 미래 먹거리는 마이스(MICE, 회의·관광·전시·이벤트)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서울엔 지난해에만 1300만 명의 외국인이 방문했다. 회의하기 좋은 도시 세계 1위, 마이스 분야 세계 3위 등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두 번째는 연구·개발(R&D) 분야다. 서울에는 60개가 넘는 대학이 있고, 인재가 몰려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R&D 클러스터를 만들고 있다. 마곡 융복합센터라든지, 홍릉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양재 R&D 프로젝트 등이 그 범주에 속한다. 세 번째는 서울만의 독특한 애니메이션이나 패션 등 문화예술에 기반을 둔 일자리 창출이다.”

―시장님이 꿈꾸는 서울시의 미래는.

“‘사람특별시 서울’이라는 철학이 시정운영의 근본적 바탕이다. 경제도 사람이 하고 안보도 사람이 한다. 정치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8조5000억 원의 채무를 감축한 대신, 4조 원이었던 복지 예산을 8조 원 이상으로 늘렸다. 취약계층을 비롯한 시민들에게 힘이 되는 예산이었다. 또 보행친화, 도시재생, 오늘(17일) 발표한 노동존중도시 등 서울시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모두 인간의 가치를 기초에 놓고 행복한 도시를 만들어야겠다는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