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못하는게 아니라 안해” 미혼 78% ‘자발적 솔로’

“타인에 쓸 시간·돈 아깝다”

“제가 연애를 못 한다고요? 일부러 안 하는 것입니다!”

연인과 교제하며 비위를 맞추는 것보다 오롯이 자기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을 선호하는 ‘자발적 솔로족’이 늘고 있다.

홍보대행사 3년 차인 기모(여·27) 씨는 연인에게 쓸 돈과 시간이 아까워 스스로 솔로를 택했다. 기 씨는 “평일엔 야근이 잦고 주말엔 헬스 PT(Personal Training·개인 강습)와 발레 수업을 듣고 있어 한정된 에너지를 의미 있게 쓰길 원한다”며 “입사한 뒤 소개팅 제의도 많이 받았지만 어설프게 맘에 안 드는 사람을 만나느니 차라리 혼자인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7일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달 2∼14일까지 미혼남녀 380명(남 196명, 여 184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78.7%는 스스로 솔로 생활을 선택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솔로를 자처한 이유로 ‘연애 욕구가 생기지 않아서’를 꼽은 응답자가 29.4%로 가장 많았다. 원하는 자발적 솔로 기간으로는 62.6%가 ‘정해진 기간이 없다’고 응답했다.

6년째 솔로인 대학원생 이모(35) 씨는 “교수님과 친구들이 ‘제발 사람 좀 만나라’ ‘그 정도면 문제가 있는 거다’라고 오히려 성화를 부리지만 이성 교제를 할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며 “나는 내 취향과 취미를 온전히 누릴 수 있어 편한데 주변 사람들은 전혀 내 말을 믿지 않는 것 같다”고 멋쩍어했다.

‘연애하지 않을 자유’라는 책의 저자 이진송 씨는 “연애를 안 하는 건 게으르거나 낙오된 상태로 여기지만, 하지 않을 자유가 없는 ‘할 자유’는 강요에 불과하다”며 “하지 않는 것도 실천의 일부”라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대학 진학과 취업 등에서 치열한 경쟁을 겪은 젊은 세대는 굳이 연애를 하면서 타인에게 맞추기보다 자기 개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여성의 경우 과거와 달리 사회적 성취도 중요해지면서 희생적 관계에 매몰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