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초위왕’은 사실 아니다…인하대 연구진 실험 통해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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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진 인하대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진이 조선시대 ‘기묘사화(己卯士禍)’의 단초가 된 ‘주초위왕(走肖爲王)’이 허구임을 과학적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민 교수 연구진은 2개월에 걸쳐 서울 관악산 일대 나뭇잎에 ‘왕(王)’이란 글자를 쓰고 꿀을 묻혀 곤충의 섭식 여부를 조사해 이 같은 추론을 이끌어 냈다고 16일 밝혔다.

민 교수 측은 이번 조사에서 곤충들이 꿀이 발라져 있는 글자 부분만을 파먹은 흔적을 발견하지 못해 역사적 기록이 사실이 아님을 밝히고 실험 결과를 담은 연구논문을 전문학술지인 ‘곤충학연구지’에 게재했다. 민 교수는 “나뭇잎을 갈아먹는 곤충 중 가장 흔한 박각시나방의 경우 유충으로 있는 기간이 20~30일밖에 안 돼 나뭇잎에 글자를 만들기 어렵고, 다른 벌레도 꿀을 묻힌 나뭇잎까지 갉아 먹은 흔적을 찾아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조선왕조실록은 1519년 조광조를 없애려는 세력이 궁궐 나뭇잎에 꿀로 ‘조(趙) 씨가 왕이 된다’는 뜻의 ‘주초위왕’이란 글자를 써 벌레가 글자 모양대로 나뭇잎을 파먹게 해 그를 역모로 몰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인천=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