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 넘치지만… 실무사령관 없는 현장선 ‘이래도 되나?’

1급 공무원 인사지연 ‘혼란’

국토도시실장·서울 부교육감 등
부처마다 정책생산 책임자 공석
중기부 장관·공관장 인사 안돼
국·과장 등도 순차지연 불가피

‘장관에 인사권 부여’ 표방 불구
靑 ‘시시콜콜 인사개입’ 시각도

정부 부처 1급들이 모두 사표를 냈음에도 인사가 지연되면서 각 부처는 핵심 실무 책임자가 공석인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되고 있다. 더구나 내부적인 조직 개편을 준비하고 있는 부처도 있어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났지만 일선 공무원 사회는 혼란이 계속 되는 양상이다. 청와대와 새로 임명된 장차관들이 국정과제를 추진하려 해도 실무 책임자급들이 없어 이를 제대로 뒷받침할 수 없는 것이다.

오는 9월 국회에 내년도 예산안 제출을 앞두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핵심 실무자인 예산실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예산안을 짜고 있다. 박춘섭 전 예산실장이 조달청장으로 임명된 가운데 후임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현재 경제정책국장과 정책조정국장 자리도 채워지지 않았다. 기재부 안팎에서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월 9일에 임명된 이후 석 달 가까운 시간 동안 핵심 보직이 공석인 상황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직 기재부 공무원은 “정부 출범 초기라는 것을 감안해도 인사가 너무 늦어진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도 최근 김재정 국토도시실장이 기획조정실장으로 옮기면서 그 자리는 공석이 됐다. 기조실장이었던 손병석 1차관이 승진하고 김 실장이 자리를 옮긴 가운데 실장 한 자리가 장기간 비어 있는 상태다. 손 차관 승진 직후 기조실장 자리는 2개월 동안 공백이었다.

사회부처도 일부 1급 자리를 포함한 고위공무원 인사가 진행되지 않은 채 대통령 업무보고가 진행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서울시 부교육감이 공석이다. 박춘란 전 부교육감은 교육부 차관이 됐다. 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공석이 된 대학정책실장 자리도 현재 직무대리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환경부도 대통령 업무보고가 끝난 후인 9월 중으로 대폭 인사가 예상되고 있다. 가장 마지막에 장관과 차관이 확정된 고용노동부는 고위공무원 인사가 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 관계자는 “국장급뿐만 아니라 과장급에도 빈자리들이 있는데 아직 언제 인사가 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정부 정책의 연속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곧 자리에서 물러날 고위공무원들이 핵심 정책을 만들고 업무 보고하게 되며 정책의 세부 내용을 설계한 담당 국·과장도 순차 인사에서 다른 부서로 옮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사 지연에는 새 정부의 인사 원칙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청와대가 ‘책임 장관제’를 표방하며 장관들에게 인사권을 주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대통령이 서명하는 고위 공무원 인사의 추천과 검증 과정에 청와대가 관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종 인사권자로서 책임 문제 때문에 밟을 절차는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사 원칙에 따른 시스템이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아직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주미대사 등 주요 재외공관장 등 핵심 요직에 대한 인사도 끝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인사를 한꺼번에 할 수 있는 형편이 못 된다”고 말했다. 개혁 대상 핵심 부처였던 법무부 등의 인사에 집중하면서 다른 부처는 뒤로 밀리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인사에 시시콜콜 개입하는 바람에 인사 지연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또 정부 부처에 정통 관료 출신 장관은 단 1명인 상황에서 ‘관료 홀대’라는 말까지 나오면서 공무원들의 사기저하를 우려하는 지적도 있다.

김병채·조해동·정진영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