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 공포>국산도 수입산도 “다 못믿어”… 생활속 ‘毒하게 퍼지는 불안’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안 쓸 순 없는데… 릴리안 생리대가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서 철수됐지만, 일회용 생리대 전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2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생리대를 살펴보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살충제 계란·간염 소시지…
‘천연’‘유기농’도 신뢰 잃어
올 128억달러어치 식품 수입
육아 커뮤니티 등 “뭘 먹죠?”

갤럽, 국내산 식품안전성 설문
“안전” 58%… 4년전보다 하락

“자급자족해서 쓰는 원시시대로 돌아가야 하나요?”

최근 살충제 계란부터 유해물질 생리대, 간염 소시지 등 식품, 생필품의 유해성 논란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국산, 수입산 모두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팽배해져 대체품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25일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글이 이어졌다. 한 주부는 “2세짜리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먹이고 입히고 사용하는 모든 제품을 믿을 수가 없어 아이에게 해가 될까 무섭다”고 토로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22~24일 전국 성인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국내산 식품이 안전한지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58%가 ‘안전하다’고 답했다. 지난 2013년 8월 조사치(75%)에 비해 17%포인트 하락했다. ‘안전하지 않다’는 응답은 17%에서 35%로 높아졌다.

특히 최근 ‘살충제 계란’과 ‘간염 소시지’ 문제가 그동안 식품 선진국이라 여겨졌던 유럽에서 발생하면서 수입식품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급락했다. 네덜란드에서는 박테리아 초밥 문제까지 불거졌다.

유럽의 식품 관련 법규는 미국보다 엄격하고, 유럽연합(EU) 식품안전청이 각국에 대한 자체 조사 및 평가권한까지 갖고 있어 신뢰할 수 있다고 평가받아 왔다. 지난해 EU가 발표한 ‘EU 식품음료산업의 경쟁력 위상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전 세계 식품 수출시장의 EU 점유율이 12.1%(864억 유로)로 1위를 기록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입식품 규모가 수입 금액으로는 128억5300만 달러로 전년 상반기 대비 15.8% 증가하는 등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수입국도 162개 국가에 달한다. 가공식품의 경우 국산과 수많은 외국산 원재료들이 혼합되기 때문에 수입식품의 시장 점유율 수치보다 영향력이 실제로 더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생활용품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가습기 살균제, 치약 유해물질에 이어 생리대 사태까지 빚어지면서 ‘케미포비아’가 확산하는 상황이다. ‘천연’ ‘유기농’ 제품 인증마저 부실했던 것으로 나타나 정부의 식품·화학물질 안전 체계 자체를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예전에 사용했던 중금속 계통의 후유증이 오래 남는 농약들이 앞으로도 식품에서 검출될 것이고 계속 식품 안전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면서 “발견되는 즉시 대응하는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현진·최재규·김동하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