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돌발기상 예방하려다… 엉뚱한 곳에 처박힌 레이더

기상청 무리한 추진… 혈세 낭비
인천·김포·안산 설치 무산돼
전북 군산·전남 무안에 배치

기상청이 ‘서울 광화문 침수(2010년)·우면산 산사태(2011년)’ 등 수도권 도심 저층(고도 1㎞ 이하)에서 발생하는 돌발기상을 탐지해 인명·재산피해를 예방할 목적으로 수십억 원을 들여 기상레이더를 수입했지만, 이들 장비가 정작 수도권에는 설치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비가 설치될 지방자치단체와 사전협의가 없었던 데다, 지자체 역시 전자파 등을 이유로 지역에 레이더가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집단 이기주의’가 빚어낸 사태다. 이 때문에 기상레이더가 당초 목적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어 예산 낭비만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임이자(자유한국당) 의원이 기상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상청은 올해부터 4년간 총 48억 원의 예산을 들여 미국에서 ‘연구용 소형 X-밴드 기상레이더’ 3대를 임차·수입해 ‘인천기상대·경기 김포시 가현산·안산시 황금산’에 설치할 계획이었다.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에 침수나 산사태 등이 빈발하고 있어 돌발기상 탐지가 시급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들 지역은 ‘관측망 입지선정 연구’ 결과, ‘레이더 관측 시계·전파환경·인프라’ 등에서 가장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은 곳이다. 기상청은 2015년 기상관측장비도입위원회를 열어 김포 가현산에 설치하기로 한 기상레이더를 평창동계올림픽에 지원하기로 하고, 올림픽 기간 기상레이더 2대만 수도권에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지난해에 벌어졌다. 안산시가 국유지인 황금산 복원사업을 이유로 기상레이더 ‘설치불허’를 통보한 것이다. 기상청은 궁여지책으로 서울 동작구의 기상청 본청에 레이더를 설치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전자파 위해성을 우려한 지역 주민 반발로 무산됐다. 설상가상 인천기상대(인천 중구)에 설치될 레이더 역시 비슷한 이유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결국, 기상레이더 2대는 갈등 최소화 지점인 ‘전북 군산 오성산’과 ‘전남 무안’에 임시 배치됐다. 수도권 지역 돌발 기상 탐지라는 당초 도입 목적과는 전혀 상관없는 엉뚱한 지역에 장비가 설치된 셈이다. 군산과 무안이 110㎞ 이상 떨어져 있어 기상레이더 효율도 크게 떨어졌다. 소형 기상레이더는 특성상 중첩관측이 가능한 50㎞ 내에 각각 설치돼야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기상청은 “시스템 안정화·비교 연구 등을 거친 뒤 수도권 이전을 재추진할 계획”이라며 “기상레이더 구축사업을 부실하게 처리한 직원 3명을 인사혁신처에 회부하고, ‘타당성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