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법정 작심발언>‘박근혜 동정론’ 재부상땐 보수통합 변수될 듯

향후 정계에 미칠 영향
朴 스스로 당적정리 가능성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16일 자신의 재판과 관련해 ‘작심 발언’을 쏟아내자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 야권 인사들은 발언 배경과 향후 보수 진영 정계개편에 미칠 영향 등을 분석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특히 한국당과 바른정당 내 통합파가 보수통합추진위원회 구성을 결의한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 출당 여부는 한국당 혁신의 핵심 키로 여겨져 온 만큼 양당 관계자들은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이 핵심 지지층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일각에서는 우선 이번 박 전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보수층 내부에서 ‘박근혜 동정론’이 강하게 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 전 대통령이 한국당의 당적 정리 요구에 협조하지 않은 채 동정론까지 일 경우 이번 주 중 박 전 대통령 출당 조치를 마무리하려던 한국당의 구상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당 내에서는 박 전 대통령 출당 관련 절차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에 나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출당 시기에 대해 “지금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며 “여론의 동향이나 당내 여러 가지 상황과 분위기 등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많은 당원들은 박 전 대통령 스스로 (탈당을) 결정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출당 조치가 지연될 경우 한국당과 바른정당 통합파 간의 보수 통합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바른정당 통합파는 박 전 대통령과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사들에 대한 정리를 재통합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해 왔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스스로 한국당 당적을 정리함으로써 보수 진영 재통합을 위한 길을 터줄 가능성도 거론한다. 이런 관측은 박 전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저에게 묻고, 저로 인해 법정에 선 공직자와 기업인에게 관용이 있길 바란다”고 밝힌 것을 근거로 한다. 박 전 대통령이 모든 책임과 부담을 자신이 짊어지고 가겠다는 뜻을 밝힌 이상 자신의 거취가 당에 부담이 되는 상황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박 전 대통령이 스스로 당적을 정리하면 보수 통합 과정에서 친박계의 반발 등 내부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나아가 한국당의 지지부진한 인적청산 작업을 비판해 온 바른정당 자강파 일부 의원들의 동조도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