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原電 건설 재개한 英·스웨덴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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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많은 나라에서 엄지를 치켜 올리는 것은 상대방에 칭찬을 표시하는 것이다. 검투사 영화에서 보면 로마시대 통치자의 엄지손가락이 어느 방향이냐에 따라 쓰러진 자의 운명이 결정된다. 신고리 원전(原電) 5·6호기 중단 여부를 묻는 공론화에서 국민의 엄지손가락 방향은 위를 향했다. 우리나라 원자력이 더 큰 칭찬을 받으려면 수출을 해야 한다.

사막국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풍부한 석유와 가스를 가지고도 원자력 발전을 택한 것은 보다 효율적이고 지속적인 전기 생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09년 우리나라는 프랑스·일본 등과 경쟁해 UAE 원전 사업을 수주했다. UAE는 선진국 전문가들을 모아 면밀한 비교 검토 끝에 우리 손을 들어 줬다. 세계적 수준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제 4기 중 1호기 준공을 앞두고 있다. 현재 전 세계 59개 원전 건설 사업 중 예산과 일정에 맞춰 진행하고 있는 유일한 사례다.

UAE 원자력 회사에 취직한 우리 기술자들은 높은 연봉을 받고 당당한 대접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앞으로 3000명이 넘는 우리 기술자가 수십 년간 운영에 참여하게 된다. UAE는 이 원전에서 생산하는 안정적인 전기로 산업 기반을 다질 것이고, 국민에게 안락한 생활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인력 교류는 더욱 빈번해지고 운전과 주기적 정비에 필요한 부품을 60년 이상 조달해야 한다. 우리의 기술로 지구 반대편 나라의 생활 문화를 윤택하게 만든다는 일이 너무 감격스럽다.

산업혁명의 나라 영국이 원전을 수입하겠다고 한다. 왜 그럴까? 영국은 40기 이상의 원전 중에서 안전성과 경제성이 있는 15기 정도만 운영하고 있다. 나머지는 100년가량 기다린 뒤에 해체하기로 했다. 이 정도면 원자력에 질렸을 법하다. 그런데 다시 원자력이라니? 영국은 전력시장 자유화와 태양광·해상풍력 확대 등 다양한 전력정책 선도 국가다. 섬나라 영국은 모자라는 전기를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 수입한다. 2008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석탄화력 발전을 중단하고 원자력과 신재생으로 대체하겠다고 결정했다. 그런데 원전 축소를 하는 동안 기술 경쟁력을 잃어버렸다. 앞으로 건설할 10여 기의 원전은 수입해야 한다. 원자력 전기 매입가격도 1㎾당 160원 정도로 높게 책정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체코는 석탄 위주의 발전량을 줄이고 2040년까지 원자력 발전 비중을 50%까지 높이려고 한다. 현재 전기생산량 Kwh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500g으로 매우 높다. 유럽 기후변화 규제를 맞추기 위해 추가 원전 건설이 시급한 나라다.

10기 넘는 원전을 운영하던 스웨덴은 미국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 직후인 1980년 추가 원전 건설을 중단하기로 했다. 좋은 수력과 풍력 자원이 있어서 가능했다. 단, 원전 폐쇄 이후 일자리가 줄지 않아야 하며 화석연료 발전이 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40년 가까이 지난 올해 기존 원전을 대체하는 원전 건설을 하겠다고 최종 결정을 내렸다. 영국·체코·스웨덴 외의 국가들도 유사한 상황이어서 원전 건설을 고려할 나라는 더 많다.

고속철도·항공기·원전 등은 국가가 판촉 활동을 한다. 우리가 원전을 수입하려던 시기에 프랑스와 미국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자주 방문했었다. 우리도 국가가 나서야 한다.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좋은 일자리 창출과 국가 신인도를 높이는 데 이보다 효과적인 일이 없다. 곧 있을 UAE 원전 1호기 준공식에서도 엄지를 치켜든 대통령의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