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경희대병원 ‘생체 肝이식 수술’ 잇단 성공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강동경희대병원 간이식팀이 살아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잘라 환자에게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수술뒤 1년 생존율 90% 이상… 가장 효과적 치료법
면역 거부반응 없도록 내 · 외과 협진 위험요인 관리

강동경희대병원(원장 김기택) 간이식팀(외과 주선형·이승환 교수, 소화기내과 신현필 교수)이 ‘생체 간이식 수술’을 연이어 성공하면서 고난도 간이식 수술을 집도하는 병원에 대한 선택폭이 확대되고 있다. 이 수술은 살아 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잘라 환자에게 이식하는 기술이다. 해외 유수의 병원이나 국내 초대형병원의 전유물로 알려진 생체 간이식 수술이 강동경희대병원 등으로 확대되면서 앞으로 더 이식 수술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생체 간이식 수술은 장기기증 부족의 문제점을 일부분 해소할 수 있어 이식대기 환자들에게도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활발한 간이식 수술 = 강동경희대병원 간이식팀은 최근 간경화로 발전한 B형 간염 환자의 생체 간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박승진(43) 씨는 오랫동안 앓아온 B형 간염 증상이 심해져 간경화가 발병했고, 오랜 치료에도 불구하고 상태가 나빠져 결국 신현필 소화기내과 교수 등 의료진으로부터 생체 간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같은 혈액형을 가진 형 박용진(45) 씨가 간을 공여해 외과 주선형·이승환 교수와의 협진을 통해 지난 14일 수술을 받았다. 수술 과정에서 형 용진 씨의 간동맥과 간정맥에 이상이 발견돼 수술 난도는 높아졌고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이어지는 12시간의 마라톤 수술로 이어졌다. 힘든 과정을 거쳐 의료진은 간동맥과 간정맥을 모두 정상적으로 연결했고, 기증자와 이식자 모두의 안전을 위해 형의 간 65%를 떼어내 동생에게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동생은 수술 후 6일 만에 일반병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간문맥이나 간동맥에도 이상 소견 없이 빠른 속도로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수술을 집도한 주 교수는 “이번 간 이식 수술은 혈관 문합의 난도가 높았지만 이식 간이 충분한 기능을 했다”며 “수술 후에도 면역 거부 반응 없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내·외과가 함께하는 간이식팀이 협진을 통해 위험요인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경희대병원은 이번 수술 외에도 지난 2008년 ‘요로대사이상증’ 환자에게 생체 부분 간이식 수술을 국내 최초로 성공하는 등 생체 간이식 수술을 꾸준히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활발한 이식수술로 2010년 뇌사판정자 관리 전문기관(HOPO)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HOPO는 뇌사자의 관리와 장기 적출 및 이식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최상위의 이식의료기관이다. 뇌사자 장기기증 시 적출 장기의 이식에 대한 우선권을 부여받는다. 2012년에는 전국 HOPO 평가에서 우수병원으로 선정됐다. ‘장기기증 및 인체조직기증 유공단체’로도 선정돼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로부터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생체 간이식, 전체 간이식의 85% = 간경화는 주로 만성 B형, C형 간염 환자에게 발생한다. 간이 염증으로 섬유화돼 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이다. 피부 반점이 나타나거나 복수가 차고 심하면 간성혼수로 의식을 잃을 수 있다. 말기 간경변은 약으로 치료가 불가능하고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실제 전체 간암 환자의 80%는 B형, C형 간염이 원인이다. 간염으로 인해 간경화가 심해져 더 이상 내과적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 간경화의 문제는 물론 예비적 간암까지 해결할 수 있는 간이식이 가장 이상적인 치료로 알려져 있다. 다만, 뇌사자의 장기가 부족한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증가하고 있는 이식 대기자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KONOS에 따르면 뇌사자 간을 이식받기까지 평균 267일이 필요하다.

반면 건강한 사람의 간 일부를 환자에게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은 복잡한 과정 없이 기증자만 나타나면 바로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체 간이식의 85% 정도가 생체 간이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생체 간이식은 건강한 사람의 간 좌엽이나 좌엽의 일부 또는 우엽을 절제해 환자에게 이식하는 방법이다. 간은 재생이 되는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어 수술 후 수개월이 지나면 충분한 크기로 커진다. 뇌사자 장기는 이식 당시에 어느 정도 기능이 저하되어 있지만 생체 간이식은 그렇지 않다. 생체 간이식은 기존 뇌사자 간이식보다 3년 생존율도 약 9.6% 높다. 진행이 많이 된 간암에서는 생체 간이식이 제한적이므로 간암의 경우 초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1980년대 30% 생존율, 현재 90% 이상 = 간이식이란 환자의 간을 제거한 후 기증자의 간 일부 혹은 전부를 옮겨 심는 수술법이다. 1963년 미국의 토머스 스타즐과 영국의 로이 칸이 처음 사람에게 시도했다. 1980년 이전까지 간이식은 적절한 면역억제제의 부재로 이식 후 1년 생존율은 30%를 넘기 힘들었다. 이후 1979년 면역억제제인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e)의 개발, 수술 기술의 발전, 혈액응고와 수혈에 대한 지식 및 수술 장비 발달에 힘입어 현재는 수술 후 1년 생존율이 90% 이상 가능한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 처음 간이식 수술을 했고, 뇌사자의 장기기증과 생체 부분 간이식을 통해 소아에서 노인까지 광범위하게 간이식이 이뤄지고 있다. 수술 성공률 역시 세계 수준인 9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전부터는 기증자의 간을 복강경으로 절제하는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고 실제 임상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