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전 손 터는데… 미·중 ‘꿈의 원자로 개발’ 손 잡았다

美 빌 게이츠 - 中 리커창 총리
방사성 폐기물도 연료로 쓰는
‘진행파 원자로’기술 개발 협력
합자회사 세워 지적재산권공유

리커창(李克强) 중국 총리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이자 세계 최고의 부호인 빌 게이츠 테라파워 회장과 만나 미국과 중국 간 차세대 원전기술의 협력을 강조했다. 한국은 탈원전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정보기술(IT) 업계의 최고 거물인 게이츠 회장은 중국과 손잡고 인류에 공헌할 ‘꿈의 청정에너지’를 위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5일 중국 라디오방송 등에 따르면 리 총리는 지난 3일 베이징(北京) 중난하이(中南海)의 총리 전용 접견실에서 에너지 벤처기업 테라파워 회장인 게이츠와 회동했다. 게이츠 회장은 MS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자신의 아내와 함께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을 만들어 자선 사업을 하고 있으며 에너지, 인공지능(AI), 생물공학 등의 벤처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그는 일부 유망 벤처 기업은 경영에 참여하는데 테라파워의 경우 직접 챙기고 있다.

이날 리 총리는 “중국과 미국 양국은 차세대 원자력 발전 기술의 연구개발 분야에서 좋은 협력을 하고 있다”면서 “양국 기업이 합자회사를 설립하고 지적재산권(IP)도 공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미 양국 간 협력의 새로운 모습”이라며 “미국은 현재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중국은 잠재력을 가져 협력을 통해 호혜 상생을 실현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게이츠 회장은 “차세대 원전은 인류 미래의 에너지 기술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면서 “미국은 관련 분야에서 중국 기업과 협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개방적인 자세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테라파워는 중국의 원전업체인 중국핵공업집단(CNNC)과 ‘진행파 원자로(TWR)’ 기술을 개발 중이다. TWR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가 2009년 선정한 10대 유망 기술 중 하나다. 개념은 1950년대에 나왔지만 아직까지 기술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은 농축 우라늄 235(235U)가 주원료지만 TWR는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한다. 핵분열후 열화우라늄(238U)을 플루토늄 239(239Pu)로 증식하고, 다시 핵분열 과정을 거쳐 에너지를 발생시키게 된다. TWR 방식은 한 번 연료를 넣으면 최장 60년까지 가동할 수 있고 플루토늄까지 완전히 연소시켜 폐기물에 의한 환경오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작고 사고 발생 가능성도 현저하게 낮다. 게이츠 회장은 지속적으로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세계 에너지의 미래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15년 11월에도 중국에서 리 총리를 만나 “미국과 중국 두 강국이 협력하면 기술 혁신 등에서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