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수사’ 檢, 살아있는 권력에 칼 겨누나

전병헌 靑수석이 회장지낸 단체 압수수색 파장

업체 후원금 사용내역 수사
옛 보좌진 자택도 압수수색

검찰이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의 금품수수 혐의 수사에 착수하며 ‘살아있는 권력’에도 칼을 휘두를 태세다. 일단 수사는 전 수석의 옛 보좌진을 향하고 있지만 롯데홈쇼핑이 한국e스포츠협회에 낸 3억 원대 후원금이 흘러간 경로에 따라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7일 한국e스포츠협회의 자금 유용 등 혐의로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실과 전 수석이 국회의원일 때 보좌관이었던 윤모 씨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전 수석이 오랜 기간 회장을 맡았던 단체다. 검찰은 윤 씨 등 세 명을 체포하기도 했다. 지난해 롯데홈쇼핑의 재승인 로비와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 때부터 윤 씨 등의 금품 수수 의혹이 제기됐지만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업계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새로운 단서가 포착되며 전격적인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일단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에 대한 분석을 통해 3억 원대 후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또 윤 씨 등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강도 높은 조사가 예고돼 있다. 검찰 관계자는 “e스포츠협회가 롯데홈쇼핑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과정과 협회 자금 횡령 부분 등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며 “자금의 흐름에 대해 확인하고 조사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최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장의 폭탄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당시 여 위원장은 국감장에서 게임농단 세력이 누구냐는 유성엽 교문위원장의 질문에 “전 수석과 윤모 전 비서관이 속했던 게임 언론사, 문화체육관광부 게임과, 전 수석의 고향 후배를 자처하는 김모 교수”라고 말했다. 여 위원장은 국감장에서 별도의 근거를 내놓지는 않았다. 이 같은 여 위원장의 폭탄 발언 뒤 전 수석은 곧바로 “여 위원장의 주장은 모두 허위”라는 입장문을 내놨다. 전 수석은 “사실무근인 음해로 국정감사를 혼란스럽게 한 당사자에 대해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고 실제로 지난 1일 여 위원장을 고소했다. 여 위원장이 언급한 게임업계 농단 세력 중 윤 전 비서관은 이날 체포된 전 수석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당시 여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야권에서도 의아하다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전 수석의 측근들의 ‘농단’과 비리에 대해 많은 설(說)들이 오간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여 위원장의 폭로 뒤 윤 씨는 입장자료에서 “지난해 5월까지 야당 의원의 보좌진이었고 이후로는 시민단체 활동만을 해 와 박근혜 정권하에서 공공기관의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