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0% 낼 때 애플은 17%… 韓 - 美 법인세 역전 갈수록 심화

■ 5년간 유효법인세율 분석

유효세율 비율은 애플의 倍
LG화학 등 石化업종도 높아
외자유치·일자리창출 악영향

한국과 미국 간의 법인세 최고세율이 역전되는 것은 시간 문제가 됐다. 4일 경제·산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원이 최근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0%로 낮추는 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이르면 2019년에는 미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이 한국(현행 22%)보다 낮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의 경우 정치권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3~25%로 인상하는 방안까지 밀어붙이는 중이어서 한·미 간 법인세 역전 현상은 갈수록 심화할 전망이다. 기업들의 세금 부담은 결국 제품값에 반영될 수밖에 없고, 전체 비용이 늘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이 늘어 국내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법인세 차감 전 이익 대비 법인세 납부액 비중인 유효 법인세율은 국내 기업이 미국 기업보다 훨씬 높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동안의 전자·석유화학 업종의 유효법인세율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20.1%)는 애플(17.2%), 퀄컴(16.6%) 등 미국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높은 법인세를 내왔다.

이와 관련, 법정세율 대비 유효세율 비율은 삼성전자가 83.1%에 달한 반면, 애플(44.2%), 인텔(57.6%), 퀄컴(42.7%) 등 미국기업은 절반에 불과했다. 이처럼 국내 기업의 법정세율 대비 유효세율이 높은 이유는 미국 기업 등은 해외 자회사를 통한 조세 피난으로 법인세 절감 효과를 얻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 업종도 마찬가지. LG화학(25.1%)은 업계 1위인 미국 다우케미컬(24.7%)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유효법인세율을 기록했다.

유환익 한경연 정책본부장은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법인세 인상은 사실상 징벌적 세금부과와 다름없지만 국내 기업 경쟁력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2010년 말만 해도 글로벌 500대 기업에 포함됐던 한국기업 수는 8개였으나 올 8월 말에는 3개로 급감했을 정도”라고 분석했다. 유 본부장은 이어 “세계 각국이 법인세 인하를 통해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외국기업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법인세율 인상은 기업의 국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도 최근 2018년 세제 개편에서 설비투자 및 임금인상 촉진을 위해 법인세의 실효세율을 현행 30%에서 25%까지 인하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320개 대기업에 대해 일시적으로 법인세를 인상하려 했지만, 관련 법안이 최근 상원에서 부결됐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