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영포빌딩 ‘靑문건’ 분석중… MB수사 판도라 상자 열리나

BBK 투자자금 회수 과정
MB정부 관여 단서 포착

검찰이 다스의 투자자금 회수에 이명박(MB) 정부의 청와대가 관여했다는 의혹을 입증할 단서를 다수 포착하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이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 규명을 정조준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 입증에 한 발짝 다가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지난 25일에 이뤄진 영포빌딩 지하 2층에 있던 다스 ‘비밀창고’ 압수수색을 통해 다스와 관련성이 있는 청와대 공식문서를 다량 확보해 분석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다스의 경영상 비리와 관련된 서류보다는 다스의 설립과 운영에 대해 당시 청와대가 지시를 내리거나 관여하는 등 MB 정부와 다스 간 연관관계가 있는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BBK 투자자금을 회수할 때 정부가 개입한 부분, 김재수 전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를 임명한 부분 등 (압수한 청와대 문건들이) 포괄범위가 꽤 넓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과 다스 간 ‘연결고리’ 찾기에 본격 나선 검찰의 칼끝은 ‘다스의 실소유주는 MB’란 세간의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참고인 조사로 이 전 대통령이 다스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검찰이 직접 증거를 찾는 단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규명할 핵심 ‘키맨’들에 대한 조사도 서두를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이 조만간 이 전 대통령의 아들인 시형 씨와 김 전 LA 영사를 소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취임 직후 다스의 법률대리인을 지낸 김 전 영사를 LA 총영사로 임명해 논란을 빚었다. 김 전 영사는 이후 BBK 투자자금 140억 원 회수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김 전 영사 소환을 위해서는 미국 법무당국의 협조를 받아야 한다. 검찰은 김 전 영사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입증한다면 김 전 영사를 소환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시형 씨에 대해선 앞서 확보한 800여 개의 다스 관계자 녹취파일을 통해 ‘다스 우회상속’의 당사자로 보여 소환 조사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영사와 시형 씨 등 수사에 필요한 사람들은 필요한 시기에 적절하게 부르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다만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시점에 대해선 서두를 것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세계적 행사인 평창동계올림픽 이후에 전직 대통령의 소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