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評>‘적정 수준’ 넘는 최저임금은 反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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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 경희대 교수, 前 駐유엔 대사

국가·세계 차원의 불평등 가속
유엔 등 국제기구도 해소 노력
‘완전 평등’ 실험은 완전 실패

美 최저임금 인상 때 논쟁 치열
한국 16.4% 올렸으나 효과 의문
너무 높으면 고용에 부정적 효과

세계 인구 중 가난한 절반의 총 재산은, 2010년에는 최고 부자 388명의 재산 합계와 같았는데, 2015년에는 62명의 재산과 같아졌다. 즉, 부의 집중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빈부 격차, 양극화 등으로 부르는 이 현상을 유엔에서는 불평등(inequality)이라고 표현한다.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한 국제 구호단체 옥스팜은 불평등 확대의 원인으로 소득 격차와 조세 회피를 들었다. 세계화의 영향으로 각국의 조세를 통한 소득 재분배 정책의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글로벌 기업은 생산단가가 낮은 곳에서 생산을 하고 세율이 낮은 곳에 세금을 낼 수 있는데, 여기에 대처할 수 있는 글로벌 정부는 없고 국제 조세 협력도 제대로 안 되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불평등의 심화가 오늘날 세계의 심각한 과제 중 하나임은 이제 시민단체들을 넘어 유엔, 국제통화기금(IMF), 주요 20개국(G20) 등 대다수의 정부 간 국제기구도 지적하고 있다. 사실 불평등은 낯선 문제가 아니다. 20세기 최대의 정치적 실험이었던 공산주의의 실패로 ‘완전평등’ 사회가 정답이 아님을 우리는 이미 배웠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불평등이 사회의 발전과 형평을 동시에 보장해 줄 수 있느냐의 문제로 귀착된다. 여기에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발전’이라는 단어 앞에 ‘지속 가능’이 붙어야 하는 이유로 기후변화와 불평등이 꼽힌다. 이 현상을 그대로 두면 인간사회가 지속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2015년 유엔에서 채택된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 10번째 목표가 ‘국내, 국가 간의 불평등 축소’다. 필자가 의장이었던 유엔경제사회이사회는 2016년 ‘불평등에 관한 특별회의’를 개최했다. 외교관 외에도 다수의 전문가가 참석한 이 회의에서, 한 언론인은 저명한 대학교수에게 이렇게 물었다. “소수의 부자를 제외한 대다수 국민이 불평등 확대의 피해자인 민주국가에서 빈부 격차 해소를 공약으로 하는 정치지도자가 늘 선출돼야 할 것 같은데, 왜 현실은 그렇지 않은가?” 답변은 “선거는 빈부 격차 문제 하나만을 놓고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외교정책, 낙태, 총기 규제처럼 다른 민감한 문제도 많고 유권자들의 성향은 다양하게 얽혀 있다”는 것이었다.

불평등 해소가 부유층을 위해서도 시급한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미국의 억만장자 사업가 닉 하나우어 같은 사람은 소득 격차 완화를 줄기차게 주장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지금같이 심각한 불평등이 계속되면 결국 민중혁명 수준의 변화나 경찰국가화를 통한 억제 가운데 하나를 택일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게 되기 전에 빈부 격차를 줄이는 것이 자기와 같은 부자들에게도 필요한 일이라고 설파하고 있다.

소득 격차를 줄이는 방안의 하나로 최저임금제가 있다. 미국의 경우 1938년 처음 도입된 후 22번에 걸쳐 임금이 인상됐다. 그때마다 치열한 사회적 논쟁이 있었고, 특히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의견 차이가 크다. 임금을 인상하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주장과 오히려 소득 증대로 경기가 좋아진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양측 모두 나름의 논거와 조사 결과가 있다. 따라서 최저임금제가 불평등 완화에 효과적인지도 의견이 나뉘어 있다.

우리나라도 올해에 16.4% 인상된 7530원의 최저임금을 적용해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우리의 소득 평등지수(지니계수)는 OECD 회원국 가운데서 중간 정도지만, 조세·재정 정책에 의한 재분배 효과가 낮아서 가처분소득은 불평등한 쪽에 속한다. 경제를 살리면서도 불평등을 완화하는 게 우리에게 큰 과제가 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이러한 노력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하는데, 외국에서도 보듯이 쉽지 않은 일이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최저임금에 관한 정책 권고는 “최저임금 수준 설정이 가장 어렵다. 너무 낮으면 근로자 보호 효과가 없고, 너무 높으면 고용에 부정적 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외국의 연구들도 대부분 ‘적당한 인상(moderate rise)’이라는 단서가 붙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의 방향이 맞더라도, 언제 얼마를 올릴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토의는 계속해서 중요성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