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 “한반도旗, 평화 의미하지 않아… 지금 南은 北 손에 놀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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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올림픽 앞두고 KAL機 폭파했던’ 김현희 WP 인터뷰

“당시 ‘88’ 방해하려 날 이용
‘평창 北선수단’ 음흉한 의도
全세계 김정은 믿어선 안돼”

“한반도기는 평화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대한항공 858기를 폭파한 김현희(56·사진) 씨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6일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지금 남북은 동등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지적하며 이렇게 말했다. 북한 공작원 출신인 김 씨는 지난 1987년 11월 29일에 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115명이 사망한 대한항공 폭파 사건을 일으켰다. 그는 “한국이 두 번째로 개최하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WP에 털어놨다.

김 씨는 북한이 주도권을 가지고 진행된 듯한 남북 협상 과정에 대한 우려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남북이 한반도기를 사용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WP는 김 씨가 현재 두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시민으로 살며 ‘북한의 진실’을 폭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씨는 대구의 자택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북한에서 나는 김일성의 로봇으로 살았다”며 “한국에서는 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평양에서 태어나 평양외국어대학 일본어학과에 다니던 중 북한 공산당으로부터 ‘선택된 뒤’ 스파이로 특별 교육을 받았다. 김 씨는 1990년에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특별사면을 받고 한국인으로 살면서 현재는 북한 정권의 실상을 세상에 폭로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김 씨는 “나의 죄가 용서받을 수 있을까요? 아마도 아닐 겁니다”라며 회한의 감정을 토로했다. 김 씨는 체포 당시를 설명하며 “나는 조사가 곧 끝을 의미한다고 생각했고 두려웠다”며 “그게 내 인생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머릿속에서 나는 북한의 혁명가를 부르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1988년 올림픽을 준비하며 행복하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한국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이 북한 정권에 속아 테러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WP는 김 씨가 현재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진행되고 있는 남북협력을 ‘북한의 손에 놀아나는 것’으로 여기고 있으며, 북한이 주민들을 대우하는 폭압적 방식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세계로부터 주목받게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북한의 대한항공기 폭파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수치스러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 씨는 지난달 미국 NBC 뉴스 인터뷰에서도 “김정일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해 나를 이용했다”며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도 김정은 정권이 원하는 것은 한·미 동맹을 끊고 한반도를 공산화 시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국가들은 김정은을 믿어선 안 된다”며 “김정은이 올림픽에 선수단을 보낸 데 음흉한 의도가 보인다”고 언급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