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에서 온 野獸’에 유럽이 꽁꽁… 로마, 6년만에 폭설 내렸다

관광지 일시 폐쇄·학교 휴교령
동유럽 일부선 동사자도 속출

“동쪽에서 온 야수”라 불리는 이례적 한파가 유럽 전역을 휩쓸고 있다. 동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동사자가 속출했고 눈을 보기 힘든 이탈리아 로마에선 6년 만에 폭설이 내렸다.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26일 로마에 큰 눈이 내려 각급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고 콜로세움 등 대표적 관광지가 일시 폐쇄됐다. 로마 참피노 공항에선 이착륙이 모두 취소됐고 도로에선 교통정체가 이어져 큰 혼란을 빚었다. 로마시는 시민들에게 가급적 집에 머물 것을 권고했다. 이날 로마 기온은 영하 4∼8도를 기록했다. 로마의 2월 평균 기온이 13도이고 최저기온은 3.5도 정도인 것에 비하면 기온이 크게 급락한 것이다. 로마에 눈이 내린 것은 지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영국 역시 한파로 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내려가고 폭설이 내렸다. 영국 내 몇몇 지역은 북극보다 더 추운 것으로 나타났으며 5년 만의 최강 추위로 기록됐다. 트위터 등에선 이번 한파를 일컫는 ‘#BeastFromTheEast(동쪽에서 온 야수)’ 해시태그가 유행하고 있으며, “주전자에 물을 담아 끓여 방 안 공기를 훈훈하게 하라”는 등 한파에 대처하는 트위트가 공유되고 있다.

프랑스령 지중해 섬 코르시카에도 이날 10㎝에 달하는 눈이 내렸다. 동유럽 지역에서는 한파로 인한 사망자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 폴란드에서는 주말 사이 2명이 동사했고 리투아니아에선 지난 사흘 동안 3명이 숨졌다. 한파는 스페인 남쪽 지역으로 확대될 전망으로, 바르셀로나에도 이례적으로 눈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파는 역설적이게도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영국 기상청의 기상학자 베키 미첼은 “이 같은 추위는 2013년 3월 이래 처음”이라며 “2주 전쯤 북극 성층권의 기온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찬 공기의 응집력이 약화해 시베리아의 차가운 공기가 유럽으로 내려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