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포비아’ 그만… 후원자가 사용처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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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어금니아빠 사건이후
공익재단들 투명성 제고 나서
외부감사 강화·사용내역 공시

공익목적의 기부단체들이 투명성을 높이고 신뢰 확보로 ‘기부 포비아(공포증)’ 우려를 털어 내기 위해 물밑에서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뜩이나 기부 참여율이 저조했던 상황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이어 ‘새희망씨앗’ 비리 및 ‘어금니 아빠 불법 모금사건’ 등 지난해 잇달아 터진 사기 기부 소동으로 개인기부가 부정적 영향을 받은 데 따른 기부활성화 운동이다. 일부 공익법인의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기 위해 외부감사 기준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8일 기부단체들에 따르면, 국내 유일의 법정 모금·배분기관인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경우 가칭 ‘기부자 조언 기금’을 본격적으로 론칭하는 방안을 살피고 있다.

이는 단순 기부를 떠나 기부자가 운영과 배분, 사용처 등을 지속해서 논의하고 자신이 기부한 금액이 적정하게 쓰이는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기부 목적의 재단을 설립하고 싶지만, 관리·운영과 저금리 기조로 실질적 가동이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재단 설립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낳고 있다. 예컨대 배달 앱 ‘배달의 민족’ 창업자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가 최근 50억 원을 기부 약정한 사례를 꼽을 수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지난해 전체 5996억 원을 모금했고 2016년 대비 4.4% 증가했지만 개인기부의 경우 소폭 감소했다”며 “1800여 명을 넘어선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를 잇는 개인 고액기부 대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측은 오는 5월에 기부 후원자와 가족이 참여하는 운동대회를 연다. 후원자들이 불우시설을 찾아 케이크를 만들고 생일파티를 열어 주는 가 하면, 목욕봉사를 해주는 등의 활동도 강화할 계획이다. 후원자 참여를 강화해 기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게 목적이다. 기부금액이 제대로 쓰이고 있다는 안내도 더 촘촘히 하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기부 NGO들이 일련의 사건, 사고 때문에 기부금액 상승 폭 둔화란 타격을 받았다”며 “믿음을 회복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단체들도 조직 신뢰 확보를 위한 자구책을 점검하는 한편, 기업과 손잡고 제품 판매금액 기부금 자동 연결, 강의 기부 등을 통해 ‘기부의 대중화’를 위한 나눔 아이디어를 추진하고 있다.

기부 단체의 한 관계자는 “후원, 기부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용처를 확인할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며 “사회의 성숙도는 기부의 품격과 궤를 같이한다”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