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 R&D 세액 공제’ 기업 현실과는 따로 논다

11개 분야 157개 기술만 인정
4차산업혁명 핵심 ‘블록체인’
정작 공제 대상에 포함 안되고
신성장 R&D와 업무병행 많은
일반 R&D의 경우도 혜택 없어

한경硏 “신규 편입 수시 허용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최근 A사는 블록체인에 관련된 정보 보안 연구·개발(R&D)에 착수했다. 고객 수천만 명의 정보가 유출될 위험을 통제하고, 이를 바탕으로 빅데이터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블록체인은 보안, 금융, 의료 등 여러 산업에서 활용 가능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그러나 세액공제는 언감생심이다. 법에 나열된 신성장 R&D 기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신기술 관련 R&D 및 시설투자 세액공제가 최근 기술 발전과 기업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9일 신성장 R&D 세제와 관련해 4가지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우선 세액공제 대상 기술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성장 R&D 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기술 범위를 현행 ‘포지티브 방식’(허용되는 항목 열거)에서 ‘네거티브 방식’(예외적으로 제한하는 항목 열거)으로 바꾸거나, 수시로 신규 편입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변화 속도에 비해 제도적 수용이 늦다는 이유에서다. 지금은 로봇, 항공우주 등 11개 분야 157개 기술만 신성장 R&D 기술로 인정된다.

신성장 R&D 전담부서만 공제해주는 요건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보통 연구 인력들은 신성장 R&D와 일반 R&D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현행법상 공제 신청을 할 수 없다. 이에 한경연은 전담부서가 아닌 신성장 프로젝트별로 R&D 공제를 추진해 병행 업무를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설 투자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신성장 시설투자의 세액공제율은 5%(대기업 기준)로 다른 시설에 비해 높지만 세액공제 요건이 까다로운 편이다.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매출 대비 R&D 비용 5% 이상 △전체 R&D 중 신성장 R&D 비중 10% 이상 △세액공제 후 2년간 전체 종업원 수 유지 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한경연 관계자는 “매출액이 많은 상위 10대 기업의 평균 R&D 비율은 2.8%(2016년 기준)에 불과하다”며 “세법상 비율과 요건 등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국내 기술이 취약하거나 원천기술이 해외에 있는 경우 등 국외 기관에 위탁할 수밖에 없는 연구에 한해 해외 기관도 공제 대상에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현행 제도는 해외 기관 대상 공제가 불가능하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