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언제까지 중앙의 낙수효과에 기댈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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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동현 안양대 행정학과 교수

최적화된 지역경제 활동 전개
시대에 맞는 새 패러다임 필요
비전·성격·가능성 등 살펴야

지방자치단체장은 주민 복리와 관련된 사무를 처리하는 지역의 행정주체이다. 지역경제는 주민의 생활만족도나 행복도를 좌우하는 주요 요소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국가가 주도적으로 경제활동의 대상을 선택하고 자원을 배분했고, 지역경제는 그러한 성장의 과실을 받는 낙수효과에 의존했다. 그 결과 단기적인 고도성장에도 불구하고 인구와 산업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지역 간 불균형을 낳았고 격차 시정이 시대적 과제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초성숙 사회’라고도 불리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성의 변화와 저성장시대의 도래는 지금까지 전제로 해 왔던 사회경제적 조건들을 근본적으로 변경하도록 하고 있다. 시대 상황에 적합한 새로운 패러다임과 통치방식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지역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크다는 점에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즉 애덤 스미스가 개별 주체들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결국 국가 수준의 경제이익의 최대화를 가져온다고 한 것처럼, 지역 주체가 주민과 지역에 최적화된 지역경제 활동을 전개해 나가면 국가 차원에서도 효율적인 경제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다. 지방자치도 그러한 선택지로 이해될 수 있으며, 지역을 단위로 지역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생성시키는 관점에서 일련의 정책들이 형성되고 집행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무엇을 살펴봐야 할 것인가. 첫째는 지역경제에 대한 비전이다. 비전은 지역사회가 거쳐 가거나 도달하고자 하는 미래의 모습이다. 결국 지방선거는 후보자들의 비전 경쟁이며, 비전은 냉철한 현황분석을 전제로 한다. 지역경제가 처한 환경과 잠재성은 매우 다르다. 지역별로 농수산, 제조, 서비스 등의 산업 비율이 다르고 그 성격에도 차이가 있다. 인구구성도 마찬가지인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주목받는 창조계층(creative class), 즉 전문지식과 기술을 구비하면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이들의 비율도 그러하다. 후보자들이 무엇보다 지녀야 할 것은 지역 경제가 지닌 다양한 자원과 운영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그 가능성을 어떻게 도출해 낼 것인가에 대한 비전과 행정의 역할을 정립하는 것이다.

둘째는 공약의 성격이다. 지역경제의 성장에 어떤 역할을 하는 공약이냐가 중요한 포인트다. 규제 완화와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기업들이 입지를 선택하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기업유치의 이면에는 경제성이 저하하면 언제든지 지역을 떠날 수 있다는 진실도 놓여 있다. GM 사태가 이를 일깨워 준 전형적인 사례다. 기업유치가 실제 지역경제에 미친 긍정적인 효과는 미미했다는 연구들도 다수 존재한다. 지금까지의 공약들은 주로 기업을 유치하고 이들의 선택을 받는 조건을 정비하는 내용이 많았다. 기업유치도 중요하지만 분권시대에는 지역의 특성을 산업화해 경제적 산물로 연결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셋째는 지방에서 가능한가이다.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에게 제시하는 공약이 지방 차원에서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공약은 물적 증거물이자 하나의 알리바이이다. 제시된 공약 사항을 가지고 선거 전에는 출마한 후보자들에게, 선거 이후에는 당선자에게 질문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통한 감시가 필요하다.

6·13 지방선거는 지방자치의 새로운 전환점을 형성해 나갈 결정적 분기점(critical juncture)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방분권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사무, 권한, 재원 등 포괄적인 차원에서 지방자치의 인프라를 강화하는 제도적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년이 지방자치가 통치방식 내로 편입되는 청년기였다면 앞으로는 이를 정착·발전시키는 성년기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그러한 역사적 책무를 지닌 대리인(agent)을 뽑는 전환적 출발점이며 유권자들은 이를 선택하는 주인(principal)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