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층 지원 늘었지만 고용악화 … 소득주도 성장 정책 ‘경고등’

- ‘이전소득 > 근로소득’ 왜

이전소득 21%↑ 증가폭 최대
근로소득 사상최대 13% 하락
일할 의욕만 저하시킬까 우려

소득이 가장 낮은 하위 20%(1분위)의 수입 가운데 일을 해서 받은 월급이 정부 보조금 등보다 더 적은 것은 그만큼 고용시장이 악화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들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감소하면서 취약계층 수입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 일자리 창출과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한 저소득층의 소득 기반 확충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오히려 역효과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결국 고용시장이 회복되지 않은 채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근로의욕만 저하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올해 1분기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이전소득은 59만7300여 원을 기록, 근로소득(47만2900여 원)을 넘어섰다. 근로소득이 1년 전보다 13.3% 줄었지만, 이전소득은 21.6%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전소득은 생산활동을 하지 않아도 정부나 가족 등이 지원해 주는 보조금 등을 뜻한다.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급여 등은 공적 이전소득에 속하고 자녀가 부모에게 주는 생활비는 사적 이전소득에 해당한다.

올해 들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도소매·숙박 및 음식점 등의 임시·일용직 고용이 축소되거나 근로시간이 줄어 빈곤층의 소득이 쪼그라들었다. 소득 1분위 가구주(2015년 기준)의 임시·일용직 비율은 42.6%로 2분위(26.3%)와 3분위(16.7%), 4분위(14.3%), 5분위(9.2%)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저소득층의 이전소득이 늘어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소득주도 성장 정책 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올해 초 근로장려금(EITC)의 가구당 최고 금액을 인상하고 청년·신혼부부의 전세를 지원하기로 하는 등 저소득층의 소득 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에 대해 “1분기에 늘어난 1분위 이전소득은 지속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1분위 가구 근로소득이 줄어든 것은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근로시간 감소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