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비委 결국 무산… 출구 못찾는 최저임금 갈등

근로자측 ‘산입범위’반발 불참
최임위 전원회의 개최도 불투명
근로자위원 배제후 결정할수도

노동계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반대하며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8일 예정됐던 최임위 산하 생계비전문위원회 개최가 무산됐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정 대화 중단 사태가 출구를 찾지 못하고 극한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임위 관계자는 이날 “근로자 위원들의 참여 거부로 생계비전문위 개최가 열리지 못했다”며 “오는 14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전원회의 개최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생계비전문위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각 4명이 참석하는 회의체로 최저임금 심의의 기초인 생계비 수준 자료를 분석·심사한다. 생계비전문위는 근로자 임금 실태와 노동생산성을 조사해 분석하는 임금수준전문위원회와 함께 전원회의에 앞서 실질적으로 최저임금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최임위는 두 전문위의 보고서를 활용해 최저임금 인상 폭을 결정하기 때문에 전문위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동계는 지난달 24일 임금수준전문위에는 참여했지만, 이튿날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내용을 담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최임위 불참을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9일 ‘문재인 정부 규탄 최저임금 삭감법 폐기 결의대회’에 이어 30일 ‘비정규직 철폐 10만 전국노동자대회’를 각각 열어 강도 높은 대정부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공익위원 측은 근로자 위원의 복귀를 호소하는 한편, 최저임금 심의 기일을 준수하기 위해 현장방문·집담회·전문위원회 등 예정된 최임위 활동을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생계비전문위 개최 무산으로 제동이 걸렸다. 일각에선 근로자 위원을 배제하고 최저임금 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최저임금법 제17조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장관이 소집을 요구하는 경우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이 소집을 요구하는 경우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의결 과정에는 근로자 위원과 사용자 위원 각 3분의 1 이상이 출석해야 하나, 노사 위원이 2회 이상 출석 요구를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출석 요건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최임위 관계자는 “최임위가 노사정협의체이기 때문에 한쪽이 빠진 상태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면 더 큰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며 “법적으론 근로자 위원이 참여를 거부해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는 만큼, 근로자 위원이 끝까지 참여를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