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州의 맛과 멋, 비빔밥처럼 버무려 지방박물관 위상 높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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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박물관장 8년, ‘전주 박물관’으로 옮긴 천진기 관장

“한류 본거지이자 소리·맛 本鄕
내 전공인 민속학과 잘 접목해
지역문화의 거점·구심점 역할”

“전주는 한지와 한식, 한옥 등 한류의 본거지이고 소리와 맛의 본향입니다. 따라서 제 전공인 민속학과도 관계가 깊습니다. 전주의 맛과 멋을 ‘전주비빔밥’처럼 잘 버무려 지방 박물관의 위상을 높여보고 싶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장에서 국립전주박물관장으로 자리를 옮긴 천진기(56·사진) 관장은 3일 “국립전주박물관을 지역문화의 거점, 구심점으로 만들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안동대 민속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국립민속박물관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천 관장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학예연구사로 5년 남짓 근무했다. 이어 국립문화재연구소 예능민속연구실을 거쳐 1999년 친정인 국립민속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겼고, 민속연구과장을 거쳐 2011년 공모를 통해 민속박물관장이 됐다. 햇수로 8년간 민속박물관장으로 재임한 것이다.

정통 민속학을 전공했고, 최근까지의 근무지도 민속박물관이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고고역사미술 중심의 지방 국립박물관에서 천 관장의 기량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천 관장은 오히려 “민속학 전공자로서 전주에서 하고 싶은 일이 많다”고 단호히 말했다.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한옥마을 등 여러 문화예술기관이 전주에 모여 있지만 국립박물관은 고고역사미술 중심의 박물관이어서 민속학과 밀접한 지역 현지문화와의 접점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제가 민속학 전공이기 때문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이 기관들을 하나로 뭉쳐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전주박물관은 민속까지 아우르는 박물관이 될 것입니다.”

박물관 관계자들 사이에 천 관장의 순발력은 유명하다. 민속박물관장 재임 기간에도 천 관장은 청바지, 소금, 쓰레기를 주제로 한 특별전을 개최하며 민속이 진부하고 오래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며 시대의 이슈를 만들어 냈다. 또 박물관 유물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최대한 공개하고, 파주에 신규 수장고 건물을 착공해 유물 관리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도 마련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직속의 국립민속박물관장에서 국립중앙박물관장 산하의 지방 국립박물관장으로 임명된 사실에 대해 천 관장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단호히 말했다.

“우선 직급이 학예연구관(고위공무원단)으로 동일합니다. 대우도 그렇고요. 그러나 무엇보다 잊어선 안 되는 사실은 박물관 근무자에게 가장 영예로운 자리는 학예연구관 즉, 큐레이터라는 점입니다. 보직이 관장인지, 연구관인지는 문제가 안 됩니다. 모두 역할과 기능이 다를뿐이고 자신의 현재 자리에서 얼마나 일을 잘하느냐가 제일 중요합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