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체제 위기감에… 中 이념교육 강화

VR로 1만2500㎞ 행군 체험
黨 충성심 테스트도 만들어
習 당서기때 ‘8·8전략’ 업적
기관지 대대적 띄우기 나서

중국 공산당이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공산당 통제가 느슨해질 조짐을 보이자 1930년대 대장정 의미를 역설하는 등 이데올로기 교육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저장(浙江)성 당서기 시절 정책인 ‘8·8 전략’의 성과를 강조하고 나섰다.

19일 런민르바오와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은 중국 공산당의 이데올로기 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을 일제히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공산당 당원들은 새로운 당 건설 활동의 일환으로 가상현실(VR)을 통해 공산당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당원들이 VR 헤드셋을 쓰고 인민해방군 전신인 중국 공산당 홍군(紅軍)의 대장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대장정은 1934년 홍군이 국민당 정부의 집중 공격을 받아 강서(江西)성 근거지를 포기하고 서부 산악지대 등을 거쳐 1년여간 1만2500㎞를 행군해 섬서(陝西)성 옌안(延安)에 도착한 것을 말한다.

신문은 또 VR를 통해 주요 공산 혁명 기념관들은 물론 1921년 중국 공산당 제1차 당 대회가 열린 저장성 자싱(嘉興)시 난후(南湖)구에서 창당 선언이 이뤄진 유람선 승선 체험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VR 체험은 저장성 성도 항저우(杭州)에 있는 인터넷 회사 ‘윈지’에서 가능하다고 적극적인 홍보에도 나서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이밖에 VR를 활용해 당 충성심 테스트를 하고, 벤처 회사를 통해 당 강화 프로그램이 들어간 VR 상품 제작에도 나서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이처럼 첨단 기술을 활용한 이데올로기 교육 강화에 나선 것은 미·중 무역전쟁 피로도에 따른 내부 불만으로 최근 시 주석 ‘1인 체제’ 약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상하이(上海)에서는 한 20대 여성이 당 선전 포스터의 시 주석 얼굴에 먹물을 끼얹은 사건이 발생했다. 중화권 매체에서는 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등 당 원로들이 미국과의 무역전쟁 여파로 흔들리고 있는 당 정책 노선의 재검토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중국은 시 주석의 통치력을 옹호하기 위한 작업에도 나서고 있다. 런민르바오는 18일자 1면에 ‘8·8전략이 저장성 발전의 황금 열쇠가 됐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시 주석의 저장성 서기 시절 업적 띄우기에 나섰다. 신문은 “시 주석이 저장성 서기였던 2003년 7월 국내외 경제 환경의 변화 속에 약해지고 있는 저장성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성의 8개 우세한 분야를 발전시킬 8개 항의 조치를 내놨다”고 소개했다. 이어 “시 주석이 이 전략을 통해 강력한 지도 역량을 발휘하면서 저장성 주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전국 성시(省市) 중 1위로 올리고, 빈곤 퇴치 노력에서도 1등을 하는 등 저장성을 획기적으로 변모시켰다”고 치켜세웠다.

베이징=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