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中企… 폐업이 창업보다 1만곳 많았다

- 고용정보원, 상반기 사업장 분석

최저임금 인상·週52시간 도입
인건비 가중에 내수침체 겹쳐
창업比 폐업 전년보다 10%P↑
업주들 도산위기에 극단 선택도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문을 닫은 중소기업 수가 새로 문을 연 중소기업보다 1만 곳 이상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내수 경기 침체에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인건비 증가 등 경영여건 악화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영주도 잇따르고 있다.

9일 고용정보원 성립·소멸사업장 추이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폐업한 10∼299인 규모 사업장 수는 4만5470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새로 생겨난 10∼299인 사업장은 3만4318곳이었다. 폐업한 중소기업이 새로 생겨난 곳보다 1만1152곳이나 더 많았던 셈이다. 이로써 올해 상반기 신규 창업 대비 폐업한 10∼299인 규모 사업장 비율은 132.50%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23.01%에서 10%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내수 경기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의 급진적인 도입으로 인건비가 가중돼 경영 부담이 급증한 탓으로 분석된다.

일부 업주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석공 사업을 하는 A 씨는 지난 7월 5일 오전 경기 수원의 사업장에서 분신자살했다. 경기 용인의 한 현장 공사를 수주, 시공했는데 발주자로부터 공사대금 1억5000만 원을 받지 못한 것이 발단이었다. A 씨는 이후 인건비, 자재비 등 빚 독촉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른 시공 현장에서도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A 씨는 사건 당일 새벽 거래처 사장 등에게 SNS를 통해 쇠사슬에 감긴 자신의 사진과 “돈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글을 남긴 뒤 분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B 씨도 7월 말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기업 하청업체였으나 판매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결국 회사는 도산 위기에 몰렸고, 심적 부담을 느껴 극단적인 길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 침체에 인건비 부담 등이 겹치면서 이런 상황에선 사업을 도저히 계속할 수 없다고 고민하는 중소기업 사장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유회경·최재규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