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솔릭’ 비상 해제>침수·낙과 걱정하던 農家 “오히려 가뭄 해갈에 도움”

전남, 논 침수피해 15㏊ 불과
전북은 저수지 농업용수 충전

인명피해는 실종1명·부상2명
광주·무안·여수공항 정상운영

제19호 태풍 ‘솔릭’이 한반도를 관통해 24일 오후 동해상으로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당초 우려했던 만큼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역대급’ 태풍이 내습한다는 소식에 수확철과 추석 대목을 앞두고 바짝 긴장했던 농어민들은 예상외로 적은 피해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각 시·도에 따르면 솔릭은 당초 곡창지대인 전남과 전북, 충남에 차례로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농정 당국은 벼 이삭이 강풍에 시달릴 경우 수분을 빼앗겨 하얗게 겉마르는 ‘백수’ 현상이 나타나고, 침수될 경우엔 수발아(여물지 않은 이삭에서 싹이 나옴) 현상과 병충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 지난해 기준 쌀 생산량은 전남(82만7162여t)이 1위, 충남(72만554t) 2위, 전북(65만5292t)이 3위를 차지했으며, 3개 도의 생산량을 합치면 전국(397만2468t)의 절반을 넘는다.

그러나 이날 오전까지 도내 평균 122㎜의 비가 내린 전남에서는 논 침수 피해 15㏊, 도복(쓰러짐) 피해는 11㏊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도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피해 면적이 더 늘 수도 있으나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며 “2012년 8월에 전남에 상륙한 태풍 ‘볼라벤’ 때의 피해에 비해서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정도의 태풍이라면 폭염에 시달려온 농작물의 해갈에 도움을 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강풍으로 인한 낙과 피해도 우려에 비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장성군 남면에서 10㏊ 규모의 단감 농사를 짓고 있는 조정래(53) 씨는 “날이 새자마자 확인해봤는데 낙과 피해가 거의 없다”고 안도했다.

도내 평균 56㎜의 강수량을 보인 전북도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폭염과 가뭄으로 타들어 가던 밭작물이 해갈됐고, 47% 정도 저수량을 보이던 도내 대부분 저수지에서도 부족한 농업용수를 상당량 충전한 것으로 전북도는 보고 있다. 다만, 전국 전복 생산량의 60%가량을 차지하는 전남 완도군의 완도읍과 노화읍, 보길면 등의 일부 전복 양식시설의 밧줄이 끊어져 육지로 떠밀려와 피해 어민들이 시름에 잠겨 있다. 전날 결항됐던 광주, 전남 무안·여수 공항의 항공기는 태풍주의보가 해제된 이날 오전 10시를 전후해 모두 정상 운항하고 있다. 전날 통제됐던 전국 97개 항로(165척)의 운항도 차례로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휴업·휴교하는 학교는 서울·인천 등 전국적으로 7835개교에 달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번 태풍으로 이날 오전 4시 현재 실종 1명, 부상 2명, 이재민 11가구 25명 등 인적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전남, 전북, 경남, 부산 등지에서는 가로수와 전봇대가 무너지고 교회 첨탑이 부러지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랐다.

광주=정우천 기자 sunshine@,
박양수 기자 yspark@munhwa.com,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