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심사도 안 거친 공적개발원조… 3년간 2230억

무관協 심사 없이 곧바로 상정
예산 낭비에 대상국과 갈등도
국조실 “계속 사업은 검토안해”

저개발 국가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예산 가운데 관계기관 심사도 거치지 않은 채 배정된 규모가 최근 3년 동안에만 167건, 2230억 원에 달하고,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8일 나타났다. 무분별한 ODA 사업 추진으로 예산 낭비는 물론 지원 대상국과 외교 갈등까지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무조정실과 외교통상부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이석현(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교부 무상원조관계기관협의회(무관협)의 심사를 거치지 않고 추진된 ODA 사업은 2016년 31건(866억4000억 원), 2017년 65건(973억6000억 원), 2018년 9월 현재 71건(390억4000억 원) 등으로 집계됐다.

무관협은 2010년 7월 발효된 국제개발협력기본법에 따라 무상원조 주관기관인 외교부가 관련 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구성한 관계기관 간 협의체다. 각 부처가 ODA 사업계획을 세우면 무관협이 심사를 거쳐 적정·부적정 판정을 내리고, 국무조정실 산하 국제개발협력위원회(국개위)에서 사업 추진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그러나 이들 167건의 사업은 무관협 심사 없이 국개위에 곧바로 상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ODA 취지가 무색하게 지원 대상국과 외교 갈등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우리 정부가 콩고민주공화국과 케냐 등에서 추진하려던 전자투·개표 시스템 보급 등 선거역량 강화 지원 사업이 무관협 심사를 거치지 않았는데, 부정선거 빌미를 제공하고 정치적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논란을 빚다 사업이 취소된 바 있다.

국무조정실 개발협력정책관실은 이에 대해 “실무자 누락이나 긴급한 필요 등의 이유로 계속 사업의 경우 무관협 검토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