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평등 공정 정의’ 짓밟는 채용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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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미래교육원장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 임직원들의 고용세습 채용 비리 의혹과 민주노총 개입설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인천국제공항공사 협력업체와 한국국토정보공사도 친인척 부정 취업과 정규직 전환 의혹을 사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공공기관 전수조사까지 촉구하고 있어 고용 세습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질 기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통합해 탄생한 서울교통공사는 외주업체 비정규직의 사망 사고 이후 시민안전과 열악한 안전업무직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외주업체 비정규직원과 자회사 직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했다. 이어 서울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내세워 지난 3월 1일 무기계약직 128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때 안전업무직에 더해 일반 업무직까지 확대해 식당 조리원, 목욕관리사, 이발사, 지하철 보안관 등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정규 채용 절차를 통해 수십 대 1의 관문을 거친 정규직들은 쉽게 정규직이 되는 무기직(無期職)의 전환을 반대해 ‘합리적 차이’를 두자고 조직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정규직이 된 무기직도 노동 강도 강화 반대와 적정 인력 충원을 요구해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한국당 김용태 사무총장이 채용 비리 의혹을 발표해 논란이 증폭됐다. 실제 조사에 응한 직원 11.2%에서만도 108명이 기존 임직원들의 자녀, 형제·남매 등 친인척들이며, 그중 60%에 이르는 65명이 계약직이 정규직이 된다는 소문이 돌던 당시에 입사해 정규직 전환에 편승했다는 것이다. 서울교통공사 인사처장의 부인과 아들 정규직 전환 은폐 사실도 드러나 의혹은 현실로 다가왔다.

공기업의 알토란 일자리가 현직 가족으로 채워지면 외부인에게 돌아갈 일자리는 그만큼 줄어든다. 은행권에서 고위인사가 연줄이 없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는 동안 공기업에서는 기존 직원이 일반 구직자들의 일자리를 탈취하고 있었다. 취업자 수는 정체됐고, 실업자 수와 실업률은 최악의 수준이며, 청년층 취업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서울교통공사의 채용 비리는 병역 기피만큼이나 공분을 산다.

공기업 채용 비리를 차단하기 위한 처방과 해법은 명료하다. 평등하게 주어진 기회 속에 공정한 과정을 거쳐 정의롭게 채용하면 된다. 안타깝게도 모든 정권에서 공기업 수장 인사는 정권 창출의 보은이나 정권 유지의 도구로 희생됐다. 낙하산 인사의 근절이 절실하다. 낙하산 인사는 태생적 약점으로 인해 임명권자의 입맛에 맞추거나 노조의 눈치를 봐야 하므로 소신껏 구조적 부조리를 개혁하기 어렵다. 문 정부에서도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가 만연해 ‘사람이 먼저’가 아니라 ‘정권이 먼저’가 됐다. 바른미래당은 문 정권 출범 이후 340개 공공기관에 임명된 1651명의 공공기관 기관장과 상임·비상임 이사 중 365명이 캠코더 인사였다고 밝혔다. 절대적 권력을 가진 임명권자의 신념과 의지 없이는 낙하산 인사를 근절할 수 없다.

낙하산 인사뿐만 아니라 무리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친노조 정책도 공기업의 일자리 세습을 부추겼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속도를 늦추고 충분한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 비정규직도 신규 채용자에 버금가는 자격요건을 갖추고 공정한 채용 절차를 거쳐 정규직이 되도록 해야 기존 정규직과 구직자들의 박탈감이 해소된다. 이에 앞서 고귀한 일자리를 정치 야망의 도구로 사용하려는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