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책 빼앗기고 강제 낙태”… 美, 탈북자 동영상 공개로 北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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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과정 증언 지현아씨
종교박해 생존자로 소개
“아파할 자유마저 빼앗겨”

미국 정부가 북한이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추진을 비난하면서 탈북자를 종교 박해 생존자로 소개하는 동영상을 공개해 북한 인권 문제를 압박하고 나섰다. 내년 초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가 거론되는 가운데 미국은 비핵화를 위한 협상에서 북한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인권문제는 미·북 회담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거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24일 미 국무부는 해외홍보 사이트인 셰어아메리카(share.america.gov)에 탈북자 지현아 씨를 종교 박해 생존자로 소개하는 동영상을 올렸다.(사진) 국제 종교의 날(27일)을 사흘 앞두고 올라온 동영상에서 지 씨는 “북한에 350만 명이 아사할 때 우리 가족도 굶어 죽을 위기에 놓였다”며 “미국과 한국 선교사들이 북·중 접경지역 교회에 쌀과 돈을 가져다 놨는데 엄마가 쌀과 함께 작은 성경책을 가져왔고, 그때 하나님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공교롭게 북한 보위부에 성경을 빼앗겼고, 보위부에서 물어볼 게 있다고 오라고 해서 갔는데, 가자마자 5시간 고문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지 씨는 차분한 어조로 북한에서의 생활과 탈북과정을 회상했지만 표정은 그렇게 밝지 않았다. 그는 “네 번 북한을 탈출했지만 세 번 강제 북송당했고, 첫 아이는 강제로 낙태를 당했다”고 울먹였다. 지 씨는 “북한 주민들은 신앙의 자유만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 여행의 자유, 아파할 자유마저도 빼앗겼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무부 관계자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2일 ‘평화 흐름에 장애를 조성하려는 정치적 도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73차 유엔총회에서 추진 중인 북한인권결의안을 비난한 것과 관련, “미국은 북한 정부에 의해 자행되는 중대한 인권 침해와 유린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또 “국제사회 동반자 국가들과 유린의 책임 규명과 처벌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노력들이 2004년 이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되고 있는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지속적인 강력한 지지로 귀결됐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인권결의안에는 폭넓은 국제적 합의가 있다”면서 북한의 비난을 반박했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